병원이 거절하면 그만…'수술실 CCTV' 말뿐인 의무화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 2023.03.24 05:00

9월25일부터 시행 불구, 사유 있을땐 거부 가능
전공의 교육 저해·전문진료질병군 수술 등 해당
의료계 반발도 걸림돌…법 실효성 논란 커질 듯

오는 9월 25일부터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의료기관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가 의무화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시행령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시행령 대로라면 환자가 먼저 촬영을 요청해야 하는 데다 의료기관에서 전공의 수련 등을 이유로 거부하면 사실상 CCTV 촬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한 질병을 수술해야 하는 환자는 '을'의 입장에서 병원에 CCTV 촬영을 강력하게 요청하기 힘들고 의료계가 여전히 CCTV 촬영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촬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23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의료기관 수술실 내부 CCTV의 설치 기준과 촬영 요청 절차, 촬영 거부 사유 등의 세부 사항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간은 다음 달 26일까지다.

해당 안을 보면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된 건 맞지만 거부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호 제1에 따른 응급환자를 수술하는 경우 △생명에 위험이 되거나 신체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을 가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환자를 수술하는)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지정기준에서 정하는 전문진료질병군에 해당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 △지도전문의가 전공의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단 지도전문의는 판단의 이유를 기록으로 남겨야 함) △수술을 시행하기 직전 등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서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 △천재지변, 통신 장애, 사이버 공격 기타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해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 등이다.

통상 수술은 중급 이상 병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위 기준으로 의료기관에서 CCTV 촬영을 거부하면 환자가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는 셈이다. 특히 전공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의 조항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현저히 수련을 저해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수련에 방해된다고 판단하기만 하면 CCTV 촬영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문구다. 수술을 시행하기 직전에 환자가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 역시 구체적으로 적시된 시점이 없어 해석에 따라 촬영 거부의 사유가 될 수 있다.

3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서 병원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사진= 뉴스1
또 CCTV 촬영을 요구하더라도 보통은 화면만 녹화된다. 녹음은 별도로 의료기관장에게 요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수술실에 참여하는 의료진 등 정보주체 모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환자는 수술실 녹음이 어렵다.

의료계가 수술실 CCTV 촬영을 반대하는 상황은 환자의 CCTV 촬영 요청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7일 "CCTV 영상의 도난, 분실, 유출 등의 위험을 막을 수 없다"며 "CCTV 설치 강제화 필요성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에 법 실효성이 떨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수술이 주로 중대형급 병원에서 이뤄지는데 이런 병원들, 특히 전공의가 있는 병원에서는 대부분이 교육을 사유로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며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전공의 교육 시 안전성이 지켜지는지가 더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겨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되레 전공의가 있을 때 촬영이 어려워져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수련을 저해하는 경우에 대해 정부가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세부 사항을 정하도록 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들이 망라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공의 교육을 이유로 CCTV 촬영을 거부하는 경우엔 사유를 기재하도록 했다"며 "그 외 세부적인 내용은 법 시행 전 안내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4. 4 이 순대 한접시에 1만원?…두번은 찾지 않을 여행지 '한국' [남기자의 체헐리즘]
  5. 5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