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이 주최한 '지속가능한 인터넷 환경을 위한 공정 기여' 토론회에서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지배적 포털사업자와 대기업 계열 PP(방송채널용사업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신규 미디어 서비스 사업자 등에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 의무를 부과해 기금을 확대·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방송통신발전기금의 납부 대상자는 통신사와 방송사업자다. 그러나 포털과 OTT 사업자도 방송통신 시장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는 만큼, 기금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최진응 국회 입법조사관은 "프랑스와 독일은 OTT 서비스를 각각 영상물지원기금 및 영화분담금 징수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며 "다양한 미디어 사업자의 참여를 제고하는 동시 기금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공적 기여에 대한 검토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이 같은 정책 아이디어의 취지에는 공감하는 표정이다. 유연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기금 법제 담당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발적 출연으로 비영리 법인을 설립하고, 기업이 원하는 상생협력체계를 구축하게 하는 방안도 (망 이용료 법의)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동엽 방송통신위원회 재정팀장도 "시장이 성장하면 OTT도 혜택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기금 징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신규 사업자에 대한 분담금 징수는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그러자 국내 ISP 진영에서는 "응답자에게 허위 또는 편향된 가정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왜곡된 응답을 유도했다"며 조사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ISP가 인터넷망의 유지비용을 이들에게 부담시킨다는 명목으로 인터넷 접속비용 외의 별도 추가 요금 즉 '망 사용료' 징수를 요구해 왔다는 내용이 여론조사 질문에 포함돼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 인식을 파악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부정확한 정보 제공 및 질의로 인해 오히려 여론을 호도했다는 비판이다.
비교적 소강상태인 국내와 달리 오히려 유럽에서는 망 이용료 논란이 더욱 발화하는 추세다.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는 유럽의 주요 통신사들이 구글·넷플릭스·메타 등 빅테크를 직접 겨냥해 망 이용료 분담 필요성을 주장했고,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내무시장 담당 집행위원도 "막대한 통신망 투자에 대한 새로운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한다"며 ISP와 CP 진영 간의 타협점 마련을 촉구했다.
국내에서도 국회의 움직임에 더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법정 다툼 결과에 따라 논쟁의 향방이 좌우될 전망이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놓고 2020년 4월부터 소송전을 벌여 왔는데, 2021년 6월 1심 재판부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지만, 넷플릭스가 항소하면서 2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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