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이 김학열 경제기획원 차관에게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예산은 다시 10억원으로 하라"는 지시였다. 8억원으로 깎였던 한 해 예산을 복원시켜 과학기술입국 실현에 힘을 보태라는 취지였다. 그 뒤로 KIST 예산은 경제기획원도 삭감하지 않았다.
최형섭 KIST(現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초대 소장이자 과학기술처 장관 회고록에 나오는 일화다. 박 대통령은 KIST 소장 임명장을 주며 예산을 얻으려고 경제기획원을 드나들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과학기술 예산 지원과 과학자 처우를 각별히 신경 썼다.
당시 KIST는 해외 한인과학자를 영입하며 대통령보다 많은 봉급을 주고 주거·의료·교육 등 파격 혜택을 부여했다. 연구 자율성 확보를 위해선 'KIST 육성법'을 만들고, 회계 감사 제외 등 특례를 줬다. 국회와 정부 부처 반대가 생기면, 박 대통령이 방패막이가 됐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133달러에 불과했던 1966년 KIST가 출범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후 KIST는 장기에너지 수급방안과 전자공업·중공업 육성방안, 포항제철 건설계획 등 경제 정책 수립과 공업기술 개발을 이끌었다.
#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은 '우주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기존 반도체·자동차와 같은 제조업이 포화상태인데 이제 우주 분야가 미래 먹거리라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우주는 경제·안보·산업·의학 등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우주항공청 신설은 그래서 시의적절하다. 특히 우주청 인재 영입을 위한 연봉 상한제 폐지, 1급 이상 임기제 공무원의 주식 백지신탁 의무 제외 등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주청 설립안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사천이냐 대전이냐 입지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우주'청'이 다른 상위부처 정책을 아우를 위상을 가질지 의구심이 크다. 현장 과학자들도 이 때문에 '우주청의 강력한 권한'을 요구한다. 최소한 청을 넘어 범부처 우주정책을 총괄·조정할 우주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글로벌 경쟁을 위해 일단 우주청 설립에 속도를 내야 한다면, 정책조정 역량의 한계를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우주위원회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해야 현장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과학기술 강국의 초석을 쌓은 것처럼 윤 대통령이 우주경제 육성 성과를 가시화하려면 우주청에 더 큰 힘을 실어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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