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오픈AI(OpenAI)의 챗GPT가 세상에 나오니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비로소 AI(인공지능)의 실용화 시대가 열렸고 기존 검색엔진을 대체할 것이며 사회 여러 부문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소리가 온 천지에 자자하다. 이런 추세에 뒤질세라 우리나라 기업들도 SK텔레콤은 기존 AI서비스인 에이닷에 챗GPT 기능을 탑재한다고 하고 LG는 엑사원(EXAONE)을 이용해 챗GPT보다 훨씬 강력한 K챗봇을 출시한다고 하며 네이버는 우리말에 특화된 하이퍼클로버X를 이용해 고도화한 서치GPT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유수한 우리 기업들이 이렇게 빨리 대응하는 것을 보면 그들도 오픈AI와 유사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듯한데 왜 최초로 챗GPT 같은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지 못했을까. 오픈AI가 챗GPT를 개발하는데 사용한 기술은 이미 구글이 보유한 기술이었다. 오픈AI는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기존 구글의 기술을 다르게 적용한 것이다. 이러한 예는 이미 휴대폰 역사에도 뚜렷이 드러난다. 세계 최고의 휴대폰 회사 노키아가 갖고 있던 기술을 애플이 다르게 적용해 아이폰을 2007년 출시하자 6년 후인 2013년 노키아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21세기 들어 세상을 바꾸는 기업은 기존 존재한 기업이 아닌 새롭게 등장한 스타트업들이었으며 기존 사업을 남들보다 잘해서 세상을 바꾼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사업을 해서 세상을 바꿔나갔다.
창업심사에서 청년 창업자들은 비슷비슷한 기술과 비슷비슷한 제품을 가지고 본인은 남보다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제껏 본 것과 아는 것이 그뿐이라서 그런 것인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창업은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 아니라 꿈을 꾸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다. 세상을 바꾸려는 기업은 아직 보이지 않는 세상을 꿈꿔야 한다. 유수한 우리 기업들이 누군가가 세상에 나오고 나면 나는 그보다 잘할 수 있다고 뒤따라 우르르 나서는 장면을 이제는 그만 보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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