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난해 일본의 신생아 수는 79만9827명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8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89만9000명)과 비교해 3년 만에 10만명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80만명 붕괴 시점을 2033년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11년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일본에 희망이 없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설문조사 결과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인구 절벽으로 내몰린 건 일본만이 아니다.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중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체 인구는 14억1175만명으로 1년 새 85만명이 줄었다. 출생 인구는 956만명, 조(粗)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은 6.77명에 그쳐 조사를 시작한 1949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중국 인구가 감소한 건 61년 만에 처음이다.
이미 초저출산 국가로 진입한 한국의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에 불과하다.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0.84명)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데다 우리 다음인 이탈리아(1.24명)와의 격차를 감안하면 최하위권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도 24만90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2년 출생아 수(48만4600명)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나기초' 마을과 같은 성공 사례와 함께 창의적인 저출산 대책들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대기업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이 대표적이다. 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휴직자의 동료에게 최대 10만엔(약 100만원)을 주는 '응원 수당' 제도를 선보였다. 도쿄의 한 자치구는 3억원이 넘는 대학 학자금을 무상 지급하겠다는 정책을 내걸기도 했다. 국내 1위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인 한미글로벌도 기존 난임 휴직(최대 6개월)에 더해 최근 직원들의 난임 치료·시술비를 횟수 제한 없이 1회당 100만원 한도 내 실비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빠르면 이달 중 공개될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내각'의 저출산 대책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간 거론됐던 난임 부부 지원 및 남성 육아휴직 확대, 경력단절 여성 문제 해소 등을 포함해 보육과 교육, 주거, 일자리를 연계한 종합적인 로드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여기에 파격적인 예산 투입으로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낼 혁명적인(?) 제안도 필요하다. "과감하고 확실한"(윤석열 대통령), "차원이 다른"(기시다 총리) 등 전례없는 고강도 방안을 주문한 만큼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중국의 2인자 리창 신임 중국 총리는 지난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직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인구 감소 문제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장풍파랑 미래가기(長風破浪 未來可期)' 8글자를 인용했다. "거친 바람을 타고 험한 파도를 헤쳐나가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위기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 한·중·일 3국의 미래가 인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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