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는 식의 솔직한 심정도 털어놨다. 대통령으로서의 고민과 결단을 호소하며 "현명하신 국민을 믿는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생중계로 공개했다. 16~17일 방일 후 첫 국무회의 자리에서 사실상 대국민담화를 진행했다.
무려 25분간 이어진 발언은 약 6600여자에 달했다. 통상 5분에서 길어야 10분 이내인 일반적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물론 중요 행사에서 기념사보다 더 긴 수준이었다. 직전 3.1절 기념사의 경우 1300여자, 약 5분에 불과했다. 5배나 더 쏟아낼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이날 원고는 대통령이 직접 손봤다. 국가안보실과 국정기획수석실 등을 오가며 여러 번 수정된 원고는 윤 대통령이 이날 아침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손질했다.
발언 내내 윤 대통령의 어투는 단호하고 강했다. 국민이 뽑은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내린 결단임을 힘주어 말한 셈이다.
예컨대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한일청구권협정에 한국 정부가 국민의 개인 청구권을 일괄 대리해 일본의 지원금을 수령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에 박정희,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에도 특별법을 만들어서 우리 재정으로 피해자에게 보상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을 숫자까지 일일이 열거하며 말했다.
사과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가장 직접적 표현을 썼던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2010년 '간 나오토 담화' 등을 직접 거론했다.
해외사례도 자세히 인용했다. 수많은 살육이 자행됐던 독일과 프랑스의 화해, 일본에 대해 전쟁 배상 요구 포기를 선언했던 중국을 설명했다.
특히 당시 저우언라이 총리가 했던 발언인 "전쟁 책임은 일부 군국주의 세력에게 있으므로 이들과 일반 국민을 구별해야 한다. 때문에 일반 일본 국민에게 부담을 지워서는 안되며 더욱이 차세대에게 배상책임의 고통을 부과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그대로 모두 인용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앞에 이보다 더 자세히 직접 설명할 수도 없다. 윤 대통령의 마지막 발언대로 지금은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다. "현명하신 우리 국민을 믿는다"는 대통령의 호소대로 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근거가 제공돼야 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답방 등을 계기로 본격화할 일본의 적극적 호응 조치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협조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한미일 협력의 전제인 한일관계 정상화는 누구보다 미국에도 절실하다. 4월 12년 만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둔 우리로서는 외교전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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