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밀리고 성장 정체"...식품 오너 속속 경영복귀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23.03.20 16:01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사진제공=동서식품
국내 식품기업 오너들이 속속 경영에 복귀하고 있다. 경쟁에서 밀리거나 성장이 정체된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김석수 동서식품 감사가 지난 16일 동서식품 회장으로 복귀했다. 2018년 회장에서 물러난지 5년 만이다. 김 회장은 동서그룹 창업자 김재명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2008년 처음 회장에 오른 후 10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세계에서 네슬레를 압도하는 유일한 자국 커피브랜드라는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의 복귀는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해선 안된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국내 믹스커피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동서식품은 2011년 매출 1조5000억원을 넘어선 후 12년째 성장이 멈춰있다.

최근 11년만에 캡슐커피 시장에 재도전한 것도 이런 성장의 울타리를 넘어서자는 의지다.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믹스커피와 달리 캡슐커피 시장은 코로나19(COVID-19)를 거치면서 2배로 성장했다. 이 시장은 믹스커피와 달리 네슬레가 80%가량 점유하고 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중 유일한 상장사인 교촌에프앤비(F&B) 창업주 권원강 회장도 지난해 말 회장직에 복귀하며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권 회장의 6촌인 권순철 교촌 상무의 직원 폭행 사건을 계기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던 교촌은 롯데에서 영입한 소진세 회장이 지난해 사퇴하면서 오너경영 체제로 복귀했다.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사진= 교촌에프앤비

권 회장의 복귀는 치킨 프랜차이즈 선두를 고수해 온 교촌이 경쟁사에 밀려난데다 신사업이 좀처럼 성과를 못내고 있어서다. 지난해 개별기준 교촌F&B의 매출은 4989억원으로, 5075억원을 기록한 bhc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교촌이 치킨 매출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8년만이다.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수제맥수 사업은 지지부진하고, 해외 사업은 연간 매장을 2개 늘려 지난해 말 기준 67개에 그치고 있다. 그 사이 또 다른 경쟁사 BBQ는 미국에서만 150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하는 등 일찌감치 경쟁에서 앞서있다.


권 회장이 지난 14일 창립 32주년 행사에서 '제2의 창업정신'을 강조한 것도 이런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그는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의 해현갱장(解弦更張)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될 신성장 동력사업의 성공을 위해 구성원 전체가 우물 안 챔피언이 아닌 세상 밖 도전자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과 권 회장과 달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례는 성장의 드라이브 성격이 강하다. 신 회장은 오는 22일 롯데칠성음료는 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로 복귀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 주춤했을 뿐 이듬해부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3.4%, 영업이익은 22.3% 성장했다. '처음처럼'의 부진을 '처음처럼 새로'가 보완해줬고 제로음료의 인기가 계속된 까닭이다.

때문에 신 회장이 3년만에 롯데칠성음료 경영 참여를 결정한 것은 신사업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롯데그룹의 성장 키워드 중 하나인 '헬스 앤 웰니스' 사업을 주도할 계열사로 손꼽힌다. 건강기능식품과 생수, 제로슈거 등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개발에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또 주류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주 증류소 설치와 와이너리 계약 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재선임을 앞둔 식품업계 오너들의 경영 성적표는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오는 29일 김홍국 회장의 재선임을 앞둔 하림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0.3%, 46% 증가했다. 또 재선임을 앞둔 김호연 회장의 빙그레는 영업이익이 50% 넘게 뛰었고, 함영준 회장의 재선임을 준비하는 오뚜기도 11.5% 이상 영업이익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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