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사듯이"…CS 'AT1' 채권에 베팅한 헤지펀드 '0원' 날벼락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23.03.20 18:06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관련 뉴스를 살피고 있다.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위기에 빠진 세계적 투자은행 CS를 32억 달러에 인수했다. 2023.3.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크레이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가 전 세계에 노출되면서 파산 우려가 커졌을 때, 일부 헤지펀드들이 "로또를 사는 심정"으로 CS채권을 사 모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 골드만삭스의 LP 140썸머, 모건스탠리, 제프리스, 그리고 레드우드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은 CS 구조화 채권 거래를 진행했다.

스위스 정부가 CS의 위기 상황을 파악하고 유동성 공급까지 일사천리로 결정했지만, 금융시장에서 CS의 채권과 주식 가격은 폭락했다. 헤지펀드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개입해 CS의 붕괴를 막을 거라 판단, 저가 매수기회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절반은 맞았고 절반은 틀렸다. CS의 구조화펀드는 두 종류였는데 하나는 급등했고, 하나는 휴지 조각이 됐기 때문이다.
공식 무역 데이터에 따르면 크레디트 스위스의 채권 거래는 은행 부문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지난주 말에 급격히 증가했다.


한 가지 유형은 CS의 일반채권이다. 은행이 일정 이율로 빌린 채무를 일정 기간에 걸쳐 상환하기 위해 발행한 것이다. CS 위기감이 사라지지 않던 지난주, 채권가격은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1달러짜리 1개에 60센트에 거래됐다. 판매자는 40%의 손실을 입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UBS의 CS 인수 결정 소식에 채권가격이 급등했다. CS가 파산하면 부채를 갚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해소된 덕분이다.

실패를 안겨준 건 두 번째 유형, CS의 약 170억달러 규모 AT1 채권이었다. 은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자본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특수한 채권이다. CS가 파산 결정이 나거나 구제금융 등 '변수'가 발생하면 채권 자체가 소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고위험 채권으로 분류되면서 가격은 지난주 20센트까지 떨어졌다. 헤지펀드들은 '복권을 긁듯' 이 AT1 채권을 산 것으로 전해진다. 만일 CS가 워크아웃을 밟는다면, 자본 비율이 하락하고 AT1 채권 특성상 주식전환까지 기대해볼 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위스 금융시장감독 당국(Finma)은 UBS가 인수하도록 중재하면서, 인수 지원을 위해 160억달러의 자본을 추가하고자 AT1 채권을 소멸한다고 밝혔고 AT1 채권을 사모은 헤지펀드는 고스란히 손실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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