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 자도 피곤해…꿀잠 방해하는 '코골이' 해방 방법은?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03.17 15:51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 OECD '보건 통계 2022'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기대 수명은 83.5세인데, 이를 기준으로 볼 때 평생 28년가량을 잠으로 보내는 셈이다.

이처럼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수면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계수면학회는 매년 3월 춘분(春分)이 오기 전 금요일(북반구 기준)을 '세계 수면의 날'(World Sleep Day)로 2008년 지정해 매년 기념하고 있다. 올해는 오늘(3월 17일)이 세계 수면의 날이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숙면'은 건강한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양질의 잠을 자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숙면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인 코골이는 코를 고는 당사자의 건강뿐 아니라 함께 잠을 자는 가족의 숙면도 방해한다. 수면의 질이 좋지 못한 경우가 지속하면 만성적인 피로감, 집중력 저하, 주간 졸림 등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나타난다.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대표적인 수면장애인 코골이의 원인과 치료법,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기도가 좁아지며 발생… 노화·비만 때 더 나빠져


코골이란 수면 중 호흡 기류가 좁아진 기도를 지나면서 이완된 연구개·목젖 등의 주위 구조물을 진동시켜 나타나는 호흡 잡음이다. 흔히 코골이는 코에서 나는 소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소리가 나는 부분은 입 안쪽의 목구멍, 코 뒤쪽의 목구멍 쪽 기도에서 발생한다.

코골이의 원인은 선천적인 신체 구조, 노화, 기타 생활 습관 등으로 나타난다.

첫째, 신체 구조로 인한 선천적 원인으로는 턱 구조나 공간이 작아 혀뿌리가 기도 쪽으로 밀리거나 혀 크기가 커서 기도를 막는 것이 그 예다. 콧속을 둘로 가르는 벽인 '비중격'이 외상없이도 휜 경우도 원인이다.

노화로 인한 원인도 있다. 30~35세 남성의 20%, 여성의 5%, 60세 이상 남성의 60%, 여성의 40%에서 나타나는데, 주로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 증가한다. 나이가 들면서 구강인두의 근육 조직의 긴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코골이 증상을 심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음주·흡연·비만 등이 있다. 알코올 성분은 신체를 이완해 처진 목젖을 더 늘어지게 하고 코골이를 심화한다. 또 흡연은 호흡기를 건조하게 만들며, 장기간 이어지면 폐 기능을 약하게 해 코골이에 영향을 준다. 비만의 경우 목 부근에 살이 쪄 기도 안쪽을 좁아지게 만든다.

코골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수면무호흡증을 가속해 고혈압·심장병 등 다양한 질병을 발생시킨다.
코골이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코르티솔이 너무 많이 나오면 몸속 포도당 수치가 높아져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증을 가속한다. 습관성 코골이가 있는 사람의 경우 수면무호흡증이 함께 있을 가능성이 약 70%까지 높아진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무호흡이 1시간에 5회 이상 있는 질환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정도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데 심한 사람의 경우 사망 가능성이 3배 이상 증가한다. 또 집중력 저하, 기억과 학습장애, 면역력 저하, 고혈압, 뇌졸중, 심장병 등을 유발·악화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이 심한 환자는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9~79세 성인 남녀 1216명을 8년간 추적 관찰했더니 중등도 이상의 수면무호흡 군은 정상군보다 제2형 당뇨병 발병위험이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증도는 평균 1.12배 수준이었다. 이는 심한 수면무호흡증이 제2형 당뇨병 발병의 독립적인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는 근거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대다수가 수면 중 무호흡을 잘 인지하지 못하며, 혼자 사는 경우 자신의 수면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아 주의해야 한다.


코골이는 코를 고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치료해야 한다.

코골이 소리는 평균 50~60데시벨(db)로 심할 경우 지하철 소음과 비슷한 수준인 80데시벨(db)에 달한다. 장시간 노출될 경우 소음성 난청(일상에서 소음에 오래 노출되어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는 상태)까지 유발할 수 있어 함께 잠을 자는 배우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현재 시중에는 수면 중 코골이 상태를 측정·진단해 주는 여러 디바이스가 개발돼 상용화되고 있다. 하지만 진단한 내용의 해결책까지 제공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아 코골이 완화에 활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코골이를 개선하는 수술도 있지만 심리적·물리적 부담이 뒤따른다.


베개로 기도 내 공간 확보, 입술 테이프로 코호흡 유도


최근엔 손쉽게 접근해 코골이 완화까지 기대할 수 있는 베개, 양압기, 구강 내 장치 등이 개발·출시되면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그 예로, 진단 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코골이를 완화하면서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시스템 베개다. 헬스케어 디바이스 기업 텐마인즈는 지난해 말 인공지능 시스템 '모션 필로우'를 선보였다. 모션 필로우는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코골이 소리를 분석·학습해 베개 내 4개의 에어백을 통해 머리를 부드럽게 회전시켜 기도 내 공간을 확보하고 코골이를 완화한다. 별도 장치 없이 일반 베개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시스템이 바깥에 위치해 전자파로부터 안전하다.

국내 한 수면 연구소와 진행한 사용자 테스트에 따르면 모션 필로우를 사용한 연구 참가자의 93.7%가 코골이 감소 효과를 체험했고, 수면 다원 검사를 통해 확인한 코골이 감소율은 평균 44.4%였다. 모션 필로우는 올해까지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혁신상을 세 번 받았다.

인공지능 기반으로 사용자의 코골이 패턴을 학습하고 기도 내 공간을 확보해 코골이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배게(모션 필로우). /사진=텐마인즈

양압기도 코골이를 겪는 사람이 많이 사용하는 치료기기다. 양압기는 잠자는 동안 상기도에 계속 공기 압력을 가해 좁아진 숨길을 확장하고 호흡을 원활하게 해주는 방식이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레즈메드는 지난해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양압기 세트 패키지'를 선보였다. '양압기 세트 패키지'는 ▲에어센스10 3G오토셋 기기 ▲마스크 ▲필터 ▲가습 물통 ▲열선 호스 ▲클리닝 키트 등으로 구성돼 소비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자는 동안 마우스피스 형태로 치아에 착용해 기도를 확보해 원활한 호흡을 돕는 구강 장치도 있다.

예스바이오의 '잠앤코'는 코골이·이갈이 등을 완화하는 구강 내 장치다. 이 장치는 일반적인 코골이 장치와 달리 하악(아랫턱)을 전방으로 이동시키지 않고도 혀가 앞으로 나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턱관절 환자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또 코골이 완화에 효과적인 양악 장치로 구성됐으며, 위·아래턱을 모두 합친 무게가 6.5~8.5g으로 비교적 가볍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에는 테이프로 입술을 봉하고 코로 호흡을 유도하는 구강테이프도 나왔다.

씨제이에이치엔비의 '워드 슬립 숙면 보조밴드'는 완전히 구강호흡을 막아버리는 기존 입막음 테이프와 달리 플렉시블 에어 트임(숨구멍)이 있어 입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면서 호흡, 산소 포화도 등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피부 저자극 테스트에서 무자극으로 통과했으며, 입 주변 피부와 입술 표면에 붙일 수 있도록 부드러운 제형을 사용했다.

정태기 김해서울이비인후과 원장(독립바이오제약 대표)은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단순한 잠버릇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코골이가 있으면 금주와 금연, 체중 조절 등 일상 속 적절한 관리와 함께 보조 장치를 활용하고, 심하면 병원에서 치료받는 등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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