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참전' 벌금 300만원…韓의용군들 "여권법 바뀌어야"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김지성 기자 | 2023.03.17 15:56
[자포리자=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의 한 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 방어 부대가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2023.03.15.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용군으로 참전하기 위해 출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쟁에 참여한 의용군과 법조계 전문가들은 여행금지 국가를 방문한 이들을 일괄 처벌하는 현행 여권법에 예외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정철민 부장판사는 전날 여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28)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12일 전쟁에 참전할 목적으로 외교부가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나흘 동안 체류한 혐의를 받는다. 외교부는 전쟁을 이유로 지난해 2월13일부터 우크라이나를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했다.

이씨는 우크라이나 도착 후 공습을 받고 여권을 분실해 실제 전투에는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신원을 조회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씨를 의용군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결국 나흘 만에 귀국했다.

여권법에 따르면 외교부장관은 전쟁 등 국외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서의 여권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문, 체류를 금지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여행금지 국가 방문시 처벌…의용군 "여권법 개정해야"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의용군으로 참전한 이들은 여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에 따른 행동이라는 것이다. 또 이유를 불문하고 여행금지 국가를 방문한 이들을 모두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전날 벌금형을 선고 받은 이씨는 항소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 그들을 돕기 위해 출국했다"며 "총을 잡아보지 못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보다 군 복무를 한 내가 더 잘 싸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전에 의용군으로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현재 여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며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를 돕기 위해 의용군으로 참여한 국민을 여권법 위반이라는 이유만으로 일괄 처벌하는 법 규정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우크라전에 참전한 조휘진씨(36)도 여권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의용군으로 우크라전에 참여하면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고 하자 미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다른 국가에서 온 의용군들은 고개를 저으며 이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에 따라 침공받은 국가와 국민을 돕겠다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의용군으로 참여한 사람들을 불법 체류자나 가짜 여권을 만든 이들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여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전문가들도 "여권법 예외 규정 논의 필요"


법조계 전문가들은 의용군이 근거로 내세운 양심의 자유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하지만 여권법 예외 규정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심의 자유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건 곤란하다"며 "극단적으로 IS(이슬람국가)에 참여하는 것도 양심의 자유라고 말한다면 국가가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여행금지 국가를 방문한 국민을 획일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여권법 처벌 규정에 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가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건 당연하지만 정부도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특수 훈련을 받아 전장에서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허가를 내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국제적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에서도 다른 나라를 돕기 위해 나서는 사람을 막는 현행 여권법은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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