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정부는 낮아지는 출산율과 길어지는 수명으로 연금 시스템의 적자를 막기 위해 개혁이 불기피하지만 시민 반발이 거세다.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2년 연장하면서 국민연금 가입기간도 1년 더 늘리는 조항 때문이다.
결국 법안 통과를 목적으로 야당에 대한 설득을 포기하고 마크롱 대통령이 직권상정으로 통과시키는 우회로를 택했다. 하지만 파장이 만만치 않다. 야당은 마크롱 정부 퇴진을 외치며 불신임안을 처리하고, 연금 개혁안은 철회시키겠단 입장이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불을 지르는 등 반대 시위로 위력을 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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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근로자… "정년 연장도 추가 연금 납입도 싫다"━
의회 근처인 콩코르드광장엔 젊은 시위대 1500명이 모여 "총파업"을 외쳤다. 밤까지 이어진 집회에서 사람들은 거리에 불을 지르는가하면 일부는 가게를 약탈하기도 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 날만 120명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47세의 한 공무원은 "정부는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 간호사나 공무원 등 우리 사회는 일손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퇴직인력을 대체하려 하지 않는다"고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지난 1월부터 파업 행진을 조직해 온 노조도 "이번 퇴직 개혁은 잔인하고, 부당하며, 노동자들에 불리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프랑스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앞선 지난 2월 프랑스 재무장관 브뤼노 르메르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재정 균형을 보장하기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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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리스크로 번진 연금개혁안… 야당 "마크롱 불신임, 개혁안 철회"━
야권은 연금개혁 법안의 정당성이 훼손됐다며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한 공산당원은 대통령 권력을 정치적 '길로틴'(단두대)이라고 불렀다. 사회당 대표 올리비에 포르는 "대통령이 국가에서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국회에서도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면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산당 파비앙 루셀 대표도 "이 정부는 프랑스 민주주의에 어울리지 않다. 의회는 굴욕을 당했다"며 마크롱의 정통성을 정면 반박했다. 마크롱 정부는 지난해에도 2023년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 설득을 건너뛰고 헌법상 특권을 활용한 바 있다.
프랑스 야당 정치인들은 현지 시각으로 17일 오후3시까지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 요청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하면 야당 의원들은 24시간 내 정부 불신임 투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이 아닌, 총리와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다.
불신임 투표는 하원 의원 10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이튿날 본회의에서 표결한다. 불신임 투표가 통과되면 법안 철회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본회의 불신임 투표는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게 점쳐진다. CNBC뉴스는 "국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선거를 치르는 부담을 감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보도했다. 이 경우 국회는 연금개혁안을 헌법재판소로 넘기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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