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년 전통의 뼈대 있는 IB에 유동성 위험이 닥치자 2008년 금융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S와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중소은행인 SVB와는 비교 대상이 안 된다며 일축했고, 전문가들도 대체로 리먼 사태 때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나 예단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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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스위스로 튄 불똥… CS 주가 장중 30%↓━
CS는 전날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작년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고 고객의 자금유출이 아직 계속되는 상태라고 발표해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이어 최대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추가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미국의 SVB 파산 후 확산된 불안감이 자산 규모 5000억 달러(약 656조원)의 유럽 대표 은행으로 전이된 것.
그러나 CS의 1년 신용부도스왑(CDS) 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CDS 프리미엄은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1년 간 채권을 보장하는 비용이다. 14일 CS의 CDS 호가는 부도를 확신하는 수준인 3000bp를 넘어섰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SVB 파산 이후 이번 주 전체 CDS 거래량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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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재현? 글쎄…━
CS는 특히 지난해 10월 최악의 예금 인출을 경험한 뒤 추가적인 예금 인출에 대비해 자금을 확충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폴 J. 데이비스에 따르면 CS는 예금과 다른 은행들로부터 빌린 돈의 절반가량을 되돌려 줄만한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CS의 CEO인 울리히 코너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한 달 이상의 대규모 자금 유출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날 중앙은행까지 긴급히 나서면서 국내 증시는 초반 급락세를 딛고 코스피는 0.08% 하락, 코스닥은 0.1% 상승 마감하는 등 투자자들도 안도하는 반응이었다. 유럽증시에서 CS도 장 초반 20% 넘게 급반등 중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나스 골터만도 CNN에 "SVB 같은 미국의 소규모 은행과 달리 유럽연합(EU)나 영국의 은행, 미국의 대형은행은 기본적으로 규제기준이 더 높다"고 말했다. 웰스파고의 매크로 전략가인 마이클 슈마허 팀도 "오늘날 경제 및 금융 펀더멘털은 2008년보다 훨씬 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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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금융완화의 대가는 불가피… 연준 금리 향배 '촉각'━
래리 핑크 CEO는 "현재로선 신속하고 단호한 당국의 조치가 불안의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면서 시장은 여전히 긴장상태에 있다고 했다. 또 1980년대 말 터진 미국 저축대부조합 붕괴 사태를 언급하며 "일부은행이 재무건전성을 위해 대출을 자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기업들은 은행보다 자본시장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SVB에서 CS로 확산된 유동성 위기에 다음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트레이더들의 의견은 팽팽히 갈리고 있다.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비율이 50%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방향을 선회해 연말까지 금리를 1%까지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유럽증시 상황을 추가했습니다(오후 5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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