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재가 떠나는 공직사회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 2023.03.17 05:30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상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3.3.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획재정부에는 '와일드 카드'라는 독특한 인사 제도가 있다. 비선호 실·국에서 원하는 사무관을 1명씩 데려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재부는 원래 2개였던 와일드카드를 이번에 3개로 늘렸다. 해당 사무관은 2년간 '고생하는' 대신 이후에는 원하는 실·국을 선택해 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와일드카드를 운용하는 표면적 원인은 선호 업무 쏠림 현상이다. 그러나 기저에는 엘리트만 모인다는 기재부조차 '인재 부족'을 겪고 있다는 우울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기재부를 비롯한 주요 중앙부처의 '에이스' 공무원이 민간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는 이미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9급 국가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화제가 됐다. 올해 총 5326명을 뽑는데 12만1526명이 지원해 경쟁률 22.8대 1을 기록했다. 1992년(19.3대 1)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다. '신의 직장'이라고까지 불렸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공공기관 역시 이른바 탑 티어(일류)급에서 인력난이 심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얼마 전 만난 한 공공 연구기관 직원은 해외에서 학위를 받은 박사급 인재를 국내로 모시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외국 기업·대학 취업에 실패한 박사들이 국내 공공기관에 들어오게 되더라"며 "그나마 급여 문제 때문에 다시 국내 민간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인재들이 공직에서 발길을 돌리는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업무 강도 대비 낮은 보수 문제가 꼽힌다. 고용 안정성으로도 상쇄하기 어려운 낮은 수준의 급여, 성과와 연계되기 어려운 보수체계가 공직자의 눈길을 민간으로 돌리게 한다.

모 중앙부처 공무원은 "일은 적고 돈은 많이 주는 민간으로 가겠다는데 그걸 누가 말릴 수 있겠냐"고 했다. 고참 순으로 승진이 되는 연공서열, 경직된 공직사회 문화도 인재를 떠나게 하는 또 다른 원인이다.

인재가 떠나는 조직은 미래가 없다. 공직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 입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직사회 개혁을 선언하며 언급한 '민간 수준 유연한 인사 시스템', '파격적 성과주의'가 단순한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번 정부에서 '연봉 10억 공무원'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유선일 기자 /사진=유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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