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 파산 리스크가 증시를 휩쓸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까지 위기에 빠지자 전세계 금융주(株)가 폭포수처럼 하락했다. 얼어붙은 투자심리에 국내 은행주들도 줄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은행주 투자에 보수적으로 나서라고 조언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전 거래일 보다 950원(-1.94%) 내린 4만80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KB금융과 함께 4대금융지주로 묶이는 신한지주(-2.82%), 하나금융지주(-3.21%), 우리금융지주(-1.35%)도 하락했다. 지방은행인 JB금융지주(-2.85%), DGB금융지주(-1.24%), BNK금융지주(-1.59%) 등도 내렸다.
크레디트스위스의 파산 위기가 은행주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크레디트스위스가 2021~2022년 재무보고서에서 '중대한 약점'이 있음을 밝힌데 이어 전날(15일·현지시간)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이 더 이상의 금융지원은 없을 거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투자자산의 대규모 손실로 위기설이 나돌았는데 이번 최대주주의 지원불가 입장이 기름을 부었다. 주가도 폭락했다. 전날(14일) 스위스 주식사장에서 거래되는 크레디트스위스는 직전 거래일 보다 24.24% 내리며 장을 마감했다.
다른 주요국 은행들도 영향을 받았다. 유럽 증시에선 △BNP파리바(-10.11%) △코메르츠방크(-8.71%) 미국 증시에선 △퍼스트리퍼블릭뱅크(-21.37%) △씨티그룹(-5.74%) △JP모건체이스(-4.72%), 일본 증시에선 △미쓰이스미토모(-3.8%) △미즈호(-3.78%) △미쓰비시 UFJ(-2.77%) 등이 하락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레디트스위스의 총자산 중 현금성 예금 비중이 20%에 달하고 뱅크런을 촉발할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SVB 사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라면서도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어 금융주 전반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금융불안이 커지자 스위스 중앙은행이 다급히 위기진압에 나섰고 사태가 일단락됐다. AFP통신은 이날 크레디트스위스가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을 대출받는다고 보도했다. 한화 약 70조원 규모다.
━
휘청이는 국내 은행株…"투심 악화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
장점으로 꼽혔던 높은 배당수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조이기'가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앞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손실흡수 능력 제고를 위해 사실상 고배당 축소를 권고했다.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으로 각 은행들의 배당성향은 △하나금융지주 27%대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 26%대 △신한지주 23%대 등이다.
전문가들은 SVB, 크레디트스위스 사태로 당분간 은행업 전반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주요국 은행보다 자산 및 조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나 악화된 투자심리를 이겨내기엔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면서 단순히 은행주 주가가 많이 하락해 저평가 매력이 부각됐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지금 시점에선 주주환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충분한 자본여력을 보유한 은행을 선별해 투자에 나서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낮은 유가증권 투자 비중, 짧은 듀레이션, 정기예금 중 높은 1억원 이하 예금 비중 등을 고려하면 국내 은행들이 SVB 사태와 같은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전세계적으로 은행주 투자심리 악화는 국내 은행주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주주환원 성향 증대는 중소형 은행주의 배당수익률 제고로 이어지는 측면이 강하겠으나 중장기적으론 이익 안정성이 높고 자본 여력을 보유한 대형 금융지주에 초첨을 둘 걸 추천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