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로 글로벌 금융사 시총 600조 사라졌다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 2023.03.14 16:22

"주요 동북아 은행은 비교적 안전"

[샌타클래라=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의 보안요원들이 예금주들을 입장시키고 있다. 예금주들은 돈을 찾기 위해 은행 밖에서 줄을 서서 대기했으며 연방정부는 SVB 예금주들이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SVB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03.14.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여파로 뉴욕에서 도쿄, 서울에 걸쳐 투자자들이 은행주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를 줄이면서 이틀 만에 글로벌 금융회사의 시가총액이 4650억달러(약 608조원) 사라졌다고 14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14일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아시아 태평양 금융지수가 한때 2.7% 하락하며 지난 11월 29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금융주 하락폭이 확대됐다. 도쿄 증시에서 미쯔비시UFJ 파이낸셜이 최대 8.3% 하락했으며 코스피시장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장중 4.7%, 호주 증시에서는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이 2.8% 떨어졌다.

시장은 SVB 사태로 인해 금융회사가 투자한 채권과 기타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은행 시스템의 혼란 때문에 금리 인상을 보류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락했다.

존 우드 크레딧스위스 아태지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융시장이 달걀 껍질 위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는 (SVB사태가) 더 넓은 시장에 걸쳐 어떤 충격을 가져올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으며, 이번 사태는 유동성 리스크와 관계가 크기 때문에 미 연준이 아마 (금리 인상을) 잠시 멈출 것 같다"고 덧붙였다.

MSCI 세계 금융지수와 MSCI 신흥시장 금융지수에 포함된 금융회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지난 10일 이후 4650억달러(약 608조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지역은행을 담은 KBW 지역은행 지수(KBW Regional Banking Index)가 지난 13일 7.7% 급락하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미국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FRC)은 3일 만에 거의 73% 급락하며 MSCI 세계 금융지수 중 하락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장기 신용등급 전체에 대한 하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유럽 증시에서도 은행주, 보험주가 급락했다. 특히 스위스 2위 투자은행인 크레딧스위스(CS)는 주가가 최대 15% 폭락하며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보험료 성격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가격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는 등 SVB 붕괴 여파에 대한 우려가 그대로 드러났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미국채 투자를 늘려온 일본은행들이 가장 높은 손실위험에 처했다. 그동안 일본은행들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로 국내 수익률이 하락하자 지난 10년간 외채, 특히 미국채권 투자를 큰 폭 늘려왔다. 지모토홀딩스, 츠쿠바은행, 후쿠시마은행은 자본대비 미실현 손실이 적어도 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프랜시스 챈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 동북아시아 은행들은 SVB를 쓰러트린 뱅크런에 대해 '최소한의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며 견고한 예금구조, 자산 믹스와 유동성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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