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중에서도 가장 건강한 '등급'의 대변은 황금빛이 나면서 바나나와 비슷한 굵기·길이를 자랑한다. 하지만 대변이 내려오는 길인 대장에 특정 문제가 생기면 대변의 색깔·모양·냄새가 바뀐다. 특히 대장암의 경우 초기 땐 별다른 자각 증세를 느끼지 못하지만 진행암의 70% 이상에선 예전엔 없던 증상이 나타난다. 매일 공짜로 얻는 대변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대변이 보내는 대장암 신호 다섯 가지를 알아본다.
━
1 썩은 냄새의 대변 ━
대장 점막에서 암이 계속 자라고 있다면 점막에 공급되는 혈액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점막이 허물어지고 패여 궤양이 생기고 이것이 괴사, 즉 썩으면서 고약한 냄새의 방귀와 대변을 유발한다.
━
2 가늘어지고 납작해진 대변 ━
대변이 가늘어지다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면 좁아진 통로가 암 덩어리로 인해 완전히 막힌 것이다. 이때는 배가 팽창하면서 아프고, 심하면 대변을 토하는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대변은 지름이 약 2㎝, 길이는 10~15㎝ 정도다. 이를 기준으로 대변의 굵기가 예전과 달리 손가락처럼 가늘어졌거나 납작해졌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게 권장된다.
━
3 빈혈과 혈변━
반면 항문과 비교적 먼 상행 결장(오른쪽 배에 위치)에 암이 생긴 경우 흘러나온 피가 대장 내에서 오래 머물면서 검게 변해 검은색 대변이 나온다. 단,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은 대장암 외에도 식도암, 식도 출혈, 치질, 치열 등 원인이 여럿이므로 정확하게 감별해야 한다.
대장암 초기에는 출혈량이 많지 않아 혈변도 없고, 소실된 혈액마저 몸의 보상 작용 덕분에 충분히 보충할 수 있어 빈혈도 없다. 다만 대변 검사에서 '잠혈 양성'으로는 나타난다.
━
4 변실금 ━
직장 끝부분에 생긴 암이 항문까지 침범하면 항문 조임근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변실금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변을 봐도 시원하기보다는 뭔가 남아있는 느낌이 장기적으로 든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
5 원인 모를 변비·설사 ━
'변비'가 동반되는 대장암은 주로 왼쪽 대장인 하행 결장에 암이 생긴 경우다. 횡행 결장을 지나 하행 결장으로 갈수록 대변이 농축되고 대장 지름이 좁아진다. 하행 결장은 오른쪽 대장인 상행 결장보다 지름이 더 가늘다. 이 때문에 암 덩어리가 조금만 커져도 대변이 내려오는 길목이 좁아져 변이 가늘어지거나 막혀 변비가 생기기 쉽다. 철분제를 챙겨 먹거나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변비가 갑자기 생겨 장기화했다면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도움말 = 이강녕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호영 한림대 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김경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