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대장암' 의심해야…대변이 보내는 위험 신호 5가지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03.14 16:25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선 광해(이병헌 분)가 눈 똥을 어의가 직접 살피고 맛보면서 건강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조선시대 임금의 주치의인 어의는 임금의 대변을 매일 확인하며 건강을 점검했다. 이들 어의가 임금의 대변을 매일 맛 본다고 해서 '상분직(嘗糞職)'이라고도 일컬었던 이유다.

대변 중에서도 가장 건강한 '등급'의 대변은 황금빛이 나면서 바나나와 비슷한 굵기·길이를 자랑한다. 하지만 대변이 내려오는 길인 대장에 특정 문제가 생기면 대변의 색깔·모양·냄새가 바뀐다. 특히 대장암의 경우 초기 땐 별다른 자각 증세를 느끼지 못하지만 진행암의 70% 이상에선 예전엔 없던 증상이 나타난다. 매일 공짜로 얻는 대변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대변이 보내는 대장암 신호 다섯 가지를 알아본다.



1 썩은 냄새의 대변


대장암의 증상 가운데 하나가 악취다. 대변에서 두부 썩은 것 같은 심한 악취가 난다. 방귀 냄새도 지독해진다. 원래 대변의 냄새는 먹은 음식, 장내 유익균 등으로 매일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썩은 내가 장기간 이어지면 대장에 문제가 있는지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

대장 점막에서 암이 계속 자라고 있다면 점막에 공급되는 혈액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점막이 허물어지고 패여 궤양이 생기고 이것이 괴사, 즉 썩으면서 고약한 냄새의 방귀와 대변을 유발한다.


2 가늘어지고 납작해진 대변


대장암은 대장 점막이 있는 대장이나 직장의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항문과 가까운 직장(38%)과 S상 결장(29%)에서 가장 많이 생긴다. 이들 부위에서 암 덩어리가 커지면 대변이 나올 통로가 좁아지면서 대변이 가늘어지거나 납작해진다.

대변이 가늘어지다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면 좁아진 통로가 암 덩어리로 인해 완전히 막힌 것이다. 이때는 배가 팽창하면서 아프고, 심하면 대변을 토하는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대변은 지름이 약 2㎝, 길이는 10~15㎝ 정도다. 이를 기준으로 대변의 굵기가 예전과 달리 손가락처럼 가늘어졌거나 납작해졌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게 권장된다.


3 빈혈과 혈변


진행성 대장암 환자에게 흔한 증상이 빈혈이다. 눈에 띄지 않는 장 출혈 즉, 대변으로 피가 새 나가면서 빈혈이 유발된다. 위암·대장암 등 위장관에 생기는 암은 점막에 궤양성 병변을 만들면서 출혈을 유발해 빈혈을 야기한다. 이때 대변에 피가 묻어 나오는 대변 즉, 혈변은 맨눈으로 쉽게 관찰된다. 이 같은 혈변은 대장 중에서도 직장과 가까운 하행 결장(왼쪽 배에 위치)에 암이 생겼을 때 잘 나타난다. 피가 갓 묻어나온 듯 선홍색, 붉은색의 혈변이 특징이다.

반면 항문과 비교적 먼 상행 결장(오른쪽 배에 위치)에 암이 생긴 경우 흘러나온 피가 대장 내에서 오래 머물면서 검게 변해 검은색 대변이 나온다. 단,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은 대장암 외에도 식도암, 식도 출혈, 치질, 치열 등 원인이 여럿이므로 정확하게 감별해야 한다.


대장암 초기에는 출혈량이 많지 않아 혈변도 없고, 소실된 혈액마저 몸의 보상 작용 덕분에 충분히 보충할 수 있어 빈혈도 없다. 다만 대변 검사에서 '잠혈 양성'으로는 나타난다.



4 변실금


변실금은 대변이 내 의지와 달리 찔끔찔끔 새어 나오는 질환이다. 보통 노화 특히, 자연분만 경험이 있는 여성에 노후에 변실금을 겪을 확률이 높아지지만, 대장암 환자 가운데 변실금 증상과 함께 잔변감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장암이 항문과 가까운 직장, 하행 결장에 암이 생겼을 때 암 덩어리 때문에 다 배출되지 못하고 남은 대변 때문에 잔변감이 느껴지고, 이 변이 새어 나오면서 변실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직장 끝부분에 생긴 암이 항문까지 침범하면 항문 조임근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변실금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변을 봐도 시원하기보다는 뭔가 남아있는 느낌이 장기적으로 든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5 원인 모를 변비·설사


'설사'가 동반되는 대장암은 오른쪽 대장에 암이 생긴 경우가 많다. 오른쪽 대장의 내용물은 변에 수분이 비교적 많이 포함돼 있어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이 때문에 암 덩어리가 충분히 커질 때까지는 장이 막히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배변 습관이 달라지지 않고, 증상이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변비보다는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변비'가 동반되는 대장암은 주로 왼쪽 대장인 하행 결장에 암이 생긴 경우다. 횡행 결장을 지나 하행 결장으로 갈수록 대변이 농축되고 대장 지름이 좁아진다. 하행 결장은 오른쪽 대장인 상행 결장보다 지름이 더 가늘다. 이 때문에 암 덩어리가 조금만 커져도 대변이 내려오는 길목이 좁아져 변이 가늘어지거나 막혀 변비가 생기기 쉽다. 철분제를 챙겨 먹거나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변비가 갑자기 생겨 장기화했다면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도움말 = 이강녕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호영 한림대 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김경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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