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가 선출된 것을 두고 "국민의힘 내 민주주의의 사망선고"라며 "여당에서 이제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일갈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여당,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죽은 여당에 더이상 기대할 것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안 대변인의 비판은 야당의 정당민주주의도 여당 못지않게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개딸'이라는 팬덤에 의해 추락하고 있다는 점을 반성하지 않고 남 탓만 해서 씁쓸하다.
야당의 정당민주주의가 추락하는 것에 대해서는 김종민 의원의 의견을 듣는 게 좋다. 그는 3월8일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방탄정당-사당화-팬덤정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면서 "다른 당도 아니고 민주주의 하자는 민주당에서 생각이 다른 걸 틀렸다고 역모로 모는 것은 독재"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렇다면 여야 정당민주주의가 추락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거시적 차원에서는 '21세기 시대상황'(세계화, 정보화, 후기산업화 등에 따른 이익의 파편화), 시대착오적 '대중정당모델'(당원 중심 공천, 강제당론제) '당정일체의 제왕적 대통령제' 등이 있다. 미시적 차원에서는 민심과 동떨어진 '강성지지층의 정당장악' '포퓰리스트의 선동' 등이 있다. 그 핵심에는 '개딸'과 '윤핵관'의 우상숭배 심리에서 드러났듯이 자유로부터 도피해 '포퓰리스트와 제왕'에 포획된 '권위주의적 군중'이 있다.
누가 자유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한단 말인가. 에리히 프롬은 1941년 출간한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히틀러를 지지함으로써 자유로부터 도망치는 모습을 독일 군중의 '권위주의적 성격'에서 찾았다. 권위주의적 성격은 마치 부모의 보호에 의존하는 삶을 살다 자립할 때 충분한 힘을 갖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새로운 권위주의를 찾는 것처럼 자유로부터 도피하려는 심리를 말한다.
권위주의적 군중과 포퓰리스트가 만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당모델을 '대중정당'에서 '미국식 원내정당'으로 바꾸는 원내정당화에 나서야 한다. 원내정당화는 의원총회가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되고 원내대표가 당의 대표를 맡는 것을 말한다. 오픈프라이머리와 한 쌍인 원내정당화는 의원의 자율성 회복과 숙의기능의 정상화로 민심과 충돌하는 강성지지층의 당심을 제어함으로써 정당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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