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관계자는 13일 대기업들이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대거 뛰어든 것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부산 엑스포'에 대한 국민적인 열망을 보여주기에 기업만큼 효과적인 집단이 없을 것이란 시각이었다. 특히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들이 세계를 누비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 가장 믿을만한 민간 외교창구이기도 하다.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그룹은 모두 TF(태스크포스)를 일찌감치 구성하고 홍보에 뛰어들었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그룹 차원의 프로젝트로 간주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마케팅을 통해 여론을 조성하거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외교전을 펼친다. 5대 그룹 외에 포스코, HD현대, 한화, GS, 신세계, 두산 등 주요 그룹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팔을 걷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TF에서 정현호 부회장이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남태평양의 피지부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리는 파리까지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적극 활용해왔다. 각 주요도시 전광판 광고는 기본이다.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진행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2' 당시에는 가로 길이 17m의 대형 스크린 등을 활용해 '부산 엑스포' 홍보 영상을 틀어 화제를 모았었다.
SK그룹에서는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TF 장으로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에서 '2030 부산엑스포, 모두를 위한 솔루션 플랫폼(World Expo 2030 BUSAN, KOREA Solution Platform for All)'이라는 문구를 앞세웠다. SK E&S는 '수소에너지 기반 미래도시 부산'의 비전을 제시했고, SK에너지는 주유소마다 유치 기원 메시지를 부착했다.
LG그룹에서는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TF의 중심을 잡고 있다. 지난 6일부터 한 달간 부산역 대합실의 대형 전광판에 유치 응원 광고를 내보내기로 했다. 다음달 BIE 실사단 방문을 앞두고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LG는 지난해 6월부터 뉴욕 타임스스퀘어, 런던 피카딜리광장의 대형 전광판을 통해 '부산 엑스포' 동영상을 상영 중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부산 엑스포' 유치에 적극적인 이유는 민간 부문 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해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말에 힌트가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문제, 디지털전환, 양극화 같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며 "인류 문제에 대한 세계의 고민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업들이 '부산 엑스포'를 단순한 국제 행사로 보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엑스포는 지속가능한 삶, 인류를 위한 기술 등을 아젠다로 삼는다. 탄소중립, AI(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 모색·창출의 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업들이 바라는 바다. '부산 엑스포'의 경우 6개월 동안 △방문객 5050만명 △경제효과 61조원 등이 기대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서울 외 지역에서 이 정도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보기 드물다"며 "지방 경제가 살아나야 대한민국 시장이 건강해지고, 기업들 역시 사업 기회를 꾸준히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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