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스템 위기 가능성 낮지만 긴축 속도 늦춰질까…CPI가 변수[이번주 美 증시는]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23.03.13 12:34

그간 투자자들은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경제의 무엇인가를 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났다.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파산한데 이어 12일엔 미국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관련업체를 주고객으로 하는 시그너처 은행을 폐쇄했다.

앞서 지난 8일엔 시그너처 은행과 함께 주요 가상화폐 거래 은행인 실버게이트 은행이 가상화폐 가격 급락으로 예금 인출이 계속되자 자발적 청산을 선언했다.

이제 투자자들이 궁금한 점은 2가지다. 첫째는 지역 전문은행들의 파산이 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것인 것 하는 점이고 둘째는 은행권에서 경고음이 나온 이상 연준의 긴축 속도가 느려지면서 조기에 중단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일주일만에 미국 은행 3개가 연달아 문을 닫았지만 현재로선 은행발 위기가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 특히 대형 은행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재정 상태가 크게 안정돼 있다.

특히 미국 금융당국이 예금자보험 지급 한도인 25만달러를 초과하는 예금에 대해서도 전액 지급 보증한다는 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은행발 위기 확산은 차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USD 코인 발행사인 서클 인터넷 파이낸셜이 SVB에 33억달러의 자금이 묶여 있다고 발표하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며 위기가 확산될 조짐이 나타난데 따른 조치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USD 코인은 지난 11일 오전에 87% 폭락했다. USD 코인은 1 USD 코인이 1달러에 거래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USD 코인의 급락세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현금에 상당하는 환금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던 머니마켓펀드(MMF)가 폭락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가정용 태양광 설비업체인 선런과 스트리밍 플랫폼 회사인 로쿠 등 SVB의 다른 주거래 기업들마저 지난 10일 주가가 급락하면서 은행발 위기가 기업에까지 파장을 미칠 조짐이 나타나자 미국 금융당국이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1인당 25만달러를 초과하는 예금은 돌려 받지 못한다면 서클 인터넷 파이낸셜처럼 위기에 빠지는 기업이 늘 수 있고 예금자들이 지역 은행에서 25만달러가 넘는 예금은 인출하면서 뱅크런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때문이었다.

둘째, SVB 등 은행발 위기로 투자자들은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10일 3.694%로 전날 3.922%에서 0.228%포인트 급락했다. 연방기금 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수익률은 전날 4.9%에서 4.586%로 0.314%포인트 떨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연방기금 선물시장은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확률을 30% 미만에서 67%로 올렸다.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지난 7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의회 발언 이후 70%를 넘어섰다가 SVB 사태 이후 38%로 내려왔다.

하지만 연준이 은행발 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차단면서도 금리 인상은 별로 트랙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통화정책 어낼리틱스의 이코노미스트인 데릭 탕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SVB 문제가 "금융 여건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고 정책 오류의 가능성을 높여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을 때는 연준이 (금리로) 금융위기에 선제 대응할 만한 사치를 누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지난 2월 고용지표는 시장을 헷갈리게 만들고 연준을 고민에 빠뜨렸다. 취업자수는 31만1000명이 늘어 다우존스 전망치였던 22만5000명을 크게 웃돌았지만 실업률은 3.6%로 전월 수치와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였던 3.4%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시간당 평균 임금도 전월비 0.2% 올라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였던 0.4% 상승을 하회하며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이런 가운데 오는 14일 발표될 지난 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와 15일 나올 지난 2월 생산자 물가지수(PPI)가 연준의 이달 금리 인상폭을 최종적으로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전년비 CPI 상승률은 다우존스 조사에서는 6.1%, 블룸버그 조사에서는 6.0%로 전망됐다. 인플레이션 옵션시장 트레이더들도 6%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6.4%와 지난해 12월 6.5%에서 낮아진 것이다.

반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의 전년비 상승률은 5.4%로 전월 5.5%에 비해 소폭 떨어지는데 그쳤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변동성이 적은 근원 물가지수를 선호하지만 헤드라인 CPI 상승률은 가계의 인플레이션 기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전년비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에서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지만 2021년 10월 이후 꾸준히 6%를 상회하고 있다. 마켓워치는 지난 2월 CPI가 6%대를 유지한다면 연준이 SVB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달 FOMC에서 금리르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주에는 CPI와 PPI 외에도 지난 2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발표돼 소비 지출과 제조업 경기를 파악해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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