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 막는다…美 "SVB 예금 전액 보증·타은행에 대출"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3.03.13 10:51
미국 당국이 협력해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고 다른 은행들에 새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SVB 사태가 연쇄 반응을 일으켜 시스템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 소식에 시장이 안도하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 선물은 급등세를 보였다. 당국이 추진하던 SVB 매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AFPBBNews=뉴스1
12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SVB 은행 예금을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예금보험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한도는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지만 이를 초과하는 예금에 대해서도 전부 보증하기로 한 것이다.

성명은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연준과 FDIC의 권고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협의한 결과 모든 예금주를 완전히 보호하는 방식의 사태 해법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모든 예금주는 13일부터 예금 전액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진다.

미국 당국은 SVB에 돈을 맡겼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예금을 돌려받지 못해 줄도산하고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멀쩡한 다른 중소은행으로 전염돼 금융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가능성을 경계하며 대응책을 고심해왔다.

아울러 연준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금융권의 연쇄 뱅크런에 대비해 'BTFP(Bank Term Funding Program)'로 불리는 추가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은행들에 미국 국채와 모기지 담보 증권 같은 적격 자산을 담보로 최대 1년까지 대출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예금 인출로 유동성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며 자산을 강제로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

연준은 "이번 조치는 은행이 모든 예금자의 요구에 충족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압박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규제 당국은 당초 SVB를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주말 사이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자 이 같은 조치를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VB가 경쟁 은행에 인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미국 당국이 위기 전염을 막기 위한 대책을 신속하게 발표하면서 시장은 안도한 모습이다. S&P500지수 선물은 1.5% 넘게 급등했다. 안전자산 쏠림으로 강세를 보이던 미국 달러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산출하는 달러지수는 한국시간 13일 오전 10시 현재 전일 대비 0.34% 하락한 103.79를 가리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SVB 파산과 2008년 금융위기를 불렀던 리먼브러더스 붕괴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본다. 당시엔 은행들이 파생상품 등에 무리하게 투자한 게 원인이 됐지만 이후 은행들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강화되고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도 개선됐다는 것이다. 옐런 장관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미국 은행 시스템은 정말 안전하고 자본이 풍부하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연준의 금리인상이 잠시 중단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미국 패밀리오피스인 페퍼인터내셔널의 캐롤 페퍼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시장에 신뢰를 돌려줄 것이다. 하지만 연준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할 추가 위험이 있고, 여기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연준의 최대 책무는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므로 이번 사태가 연준이 잠시 쉬어갈 명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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