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다수의 참모들이 최근 각종 자리에서 입을 모아 전하는 말이다. 양자기술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은 담당인 경제수석실 산하 과학기술비서관뿐 아니라 과학과 전혀 관련 없는 수석실 참모들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윤 대통령에게 양자기술은 단순히 한 가지 과학기술이 아닌 '미래의 게임체인저'로 각인돼 있다.
10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양자기술에 '꽂힌' 것은 올 1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에서 열렸던 양자 분야의 석학들과 만남을 준비할 때 즈음이다. 취리히 연방공대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배출한 곳으로, 유럽 3대 물리학 연구기관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스위스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양자기술 전문가들과 만남을 택한 것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의지였다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한 참모는 "대통령의 지시로 양자기술을 공부해 보고하려고 들어갔는데 이미 윤 대통령이 각종 책이나 전문가들의 유튜브 채널 등으로 학습해 현재 관련 연구 현황과 미래 가능성 등을 꿰뚫고 있어서 놀랐다"고 전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은 본인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참모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직접 찾아서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순방 떠나기 전부터 양자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 책을 탐독하고 유튜브도 찾아봤다"며 "취임사에도 과학 얘길 많이 했고 국력과 국격의 도약은 과학기술 발전에서 기인한다는 소신이 강하다. 윤 대통령이 방역정책 등에서 좌우 이념논리를 배격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스위스 현지에서 석학들에게 양자기술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한 후 올해를 양자과학기술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어 같은 달 24일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차세대 과학자들과 만났다. 윤석열 정부가 꼽는 대한민국을 이끌 핵심 차세대 미래기술에는 AI(인공지능), 우주, 첨단바이오와 함께 양자 분야가 포함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과학기술 중 특히 양자기술을 강조하는 것은 앞으로 가야만 하는 '미래'라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등 전 세계가 양자기술 패권경쟁에 뛰어든 만큼 경쟁에서 뒤쳐져선 안 된다는 판단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AI(인공지능)는 현재의 기술, 양자는 미래의 기술이라고 본다"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양자가 결국 미래 게임체인저인데 아직은 기술과 산업이 모호하게 얽혀 있는 단계다. 양자기술이 고도화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영역의 컴퓨팅, 암호, 통신 등에서 전혀 다른 게임의 룰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양자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보고 그렇다면 선도자, 개척자로서 가야지 남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면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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