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독립 첫 발 뗀다...롯데·신세계·골든블루 '국산 위스키' 도전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23.03.11 08:00

[MT리포트]시동걸린 양주독립① - 대기업도 뛰어든 국산 위스키 생산

편집자주 | 한국은 한때 '세계에서 고급 위스키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였다. 시대가 바뀌면서 흥청망청 마시는 위스키 문화는 자취를 감췄다. 위스키 수입도 2007년을 정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하이볼'과 함께 위스키가 살아났다. 새 위스키가 출시되면 오픈런이 벌어지고 시내 곳곳에 위스키바가 등장했다. 위스키 열풍은 위스키의 국산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들까지 뛰어들었다. 양주가 더이상 양주가 아닌 시대, 양주독립이 시작됐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로부터 두달 뒤인 지난 3일 신 회장은 3년만에 롯데칠성음료 경영복귀를 선언했다.

신 회장의 신년사와 롯데칠성 경영복귀로 주목받는 사업은 단연 위스키 제조업이다. 위스키 제조 불모지인 한국에서 증류소를 짓고 제조까지 하려면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야 한다. 개인이 소규모로 국산 위스키를 제조하고 있지만 대기업이 뛰어드는 것은 롯데가 처음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감귤공장 부지에 증류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인허가작업을 마치고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검토 중이다. 계획안에는 위스키 제조공정을 관람하고 시음하는 한편 위스키의 역사와 종류, 제조방법 등을 설명하는 박물관 설립 계획도 담겼다.

애주가로 소문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제주에 증류소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특명은 신세계L&B가 받았다. 지난해 위스키 생산을 공식화한 신세계L&B는 W비즈니스팀을 꾸리고 증류소 설치를 위한 인허가를 준비하는 한편 한국식품연구원과 한국형 위스키의 생산방법과 제품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지형에서 대형화된 증류소가 성공할 수 있을지가 연구의 핵심이다.

유력한 후보지는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신세계L&B 제주사업소다. 전신이 2016년 이마트가 인수한 제주소주의 소주생산공장이다보니 인허가 과정에서 유리하다. 제주소주가 소주 신제품 '푸른밤'의 실패 후 청산하고 신세계L&B에 흡수합병 되면서 제주소주공장의 역할도 애매해진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신세계L&B가 소주사업을 재개하고 공장을 가동한 상황이어서 대체부지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사진 좌측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박용수 골든블루 회장
4년전 부산 기장에 관광형 증류소 건립을 계획했던 골든블루도 최근 사업계획서를 다시 꺼내들었다. 증류소 부지를 알아보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골든블루는 부산에서 자동차부품기업으로 성공한 박용수 회장이 부산 주류업체 수석밀레니엄을 인수한 후 성장시킨 국내 토종 위스키 기업이다.

박 회장은 2019년 골든블루 출시 10주년 자리에서 "위스키 원액을 직접 제조하겠다"고 선언했다. 골든블루는 자체 브랜드의 위스키를 판매하고 있지만 원액은 전량 수입하고 있다. 당시 골든블루는 증류소를 짓고 연간 100만명이 찾는 대만의 카발란 증류소처럼 관광명소화 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위스키 원액을 직접 생산할 뿐 아니라 제조과정을 견학하고 시음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52시간 도입과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도입으로 고가 주류 소비가 급격하게 줄면서 증류소 설치 계획도 무기한 연기됐다.

주류업계는 최근 대기업들의 자체 위스키 제조시설 설립 추진을 주류사(史)에 있어 의미있는 사건으로 본다. 1980년대 진로, 오비 등이 국산 위스키 제조에 도전했다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포기한 사례가 있다. 그 사이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와 김창수 증류소같은 개인형 증류소가 한국형 위스키 생산을 시작한 상태지만 대기업까지 뛰어들면 전체 위스키 시장의 판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주류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시장환경이 좋아지면서 자본력있는 회사들이 위스키 원액 생산에 관심이 커진 것은 반가운 일"며 "미국, 일본, 대만과 달리 한국 위스키가 성장하지 못했던 배경에 과세체계가 있는 만큼 이를 개선시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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