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제14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 회의 개막식에서 마지막 정부업무보고를 진행하며 10년 동안 역임한 총리로서의 공식 행사를 모두 마쳤다. 그런데 1시간 동안 정부업무보고를 한 리커창 총리에게 시진핑 주석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으나,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로 짧게 악수한 후 말 한 마디 없이 몸을 돌린 장면이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10년간 주석과 총리로 함께 중국을 이끌었으나, 시진핑 주석이 10년 임기 제한을 깨고 장기 집권에 들어가는 반면 임기 10년을 마치고 무대 뒤로 퇴장하는 리커창 총리의 모습을 잘 대변하는 장면이다.
그동안 중국에서 총리는 명실상부한 2인자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닉슨 대통령을 만찬에서 맞이한 인물은 당시 총리인 저우언라이다. 1990년 후반 주룽지 전 총리는 중국 전체를 벌벌 떨게 만든 경제개혁의 대명사였다.
2012년 12월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오르며 권력을 장악한 시진핑은 지난 10년 동안 총리에게 분산되어 있던 정책결정 권한을 계속해서 자신에게 옮기며 권력을 강화했다. 이번 전인대에서도 국무원 권한을 중국 공산당 기구로 이전하기 위한 정부 개편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사람들의 관심은 20년 전 시진핑이 저장성 당서기를 할 때 비서실장을 지낸 이후 승승장구하며 출세가도를 달린 리창이 총리가 되면 이전 총리의 권한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이에 대해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조직 개편은 시진핑이 권력의 지렛대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리창이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시진핑과의 친밀함은) 오직 리창이 리커창보다 더 순종적일 것을 뜻하는 데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향후 총리의 역할에 대해 컨설팅업체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 중국 리서치 부국장은 "근본적으로 총리의 역할은 시진핑이 보기에 적당한 만큼만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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