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부진에도 스팩은 '쑥'... "수익률 62%지만 손실 가능성도"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 2023.03.09 12:00
/사진제공=금융감독원

스팩(SPAC) IPO(기업공개) 건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일반투자자에게 일부 불리한 투자 여건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스팩은 다른 법인과 합병이 유일한 사업목적인 법인을 말한다.

스팩이 일반투자자에게 양호한 수익을 제공하긴 하지만 증권사 등(스폰서)에 유리한 거래조건으로 구조가 짜여 있고, 비상장법인에 대한 엄정한 평가보다 합병 성공을 우선할 유인이 있다. 이에 따라 스팩 합병이 성공해도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할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도 크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스팩 IPO 건수는 45건으로 전년(25건)대비 80% 늘었다. 일반 공모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투자 안정성이 높은 스팩 IPO 건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스팩은 설립 이후 IPO·상장을 통해 비상장사와 합병하거나 합병 실패시 해산한다. 증권사와 그외 벤처캐피탈, 투자운용사 등으로 구성된 스폰서는 스팩 설립시 발기인이다. 증권사는 대표발기인이자 IPO인수인, 합병자문인으로 스팩의 설립·경영·합병 등 전반을 주도한다. 일반투자자는 IPO 참여, 주식시장매매를 통해 스팩에 투자하는 구조다.

금감원이 201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합병이 완료된 스팩 54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했을때 스팩 IPO 규모는 평균 9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모가(일반투자자 투자단가)는 통상 2000원으로 스폰서 투자단가(통상 1000원)의 2배 수준이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

스팩이 합병을 성공하면 일반투자자는 투자원금의 62.1% 이익을 얻는 것으로 집계됐다. IPO 공모 규모 평균 90억원에서 합병시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된 투자원금 7억원을 제외한 투자원금 83억원 중 52억원의 이익을 얻는 것이다.

분석대상 54건 중 42건은 합병신주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를 넘어섰다. 다만 12건은 하회해 평균 손실 규모가 10억원(-12.7%)이었다.

반면 스폰서는 투자원금(19억원)의 210%(39억원)이익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득가격이 일반투자자의 절반 수준으로 합병시점 주가가 이 아래로 떨어진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스폰서 중 증권사의 경우 투자이익(20억원) 이외 인수·자문 수수료 등도 받아가 268.7%(25억원)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스팩 합병이 실패했을 때 일반투자자는 투자원금에 대한 손실을 보지는 않았다. 공모금액의 90% 이상 예치, 보유재산의 우선 지급에 따라서다. 이때 스폰서는 후순위로만 잔여재산을 청구할 수 있어 손실을 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팩은 잠재력 있는 비상장기업에 상장을 통한 성장경로를 제공하고 투자자에게 양호한 수익을 제공하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반투자자 대비 스폰서에 유리한 거래 조건과 기관투자자들의 스폰서에 대한 견제 부족 현상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증권사가 낮은 투자단가, 자문업무 수행, 합병실패시 손실 등으로 일반투자자의 이익에 반하는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기관투자자들 역시 IPO 배정 주식을 합병 전에 대부분 처분해 합병가액의 적정성 판단이나 스폰서 견제에 한계가 있단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팩 투자, 비상장법인과의 합병이 반드시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합병이 성사되도 투자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향후 스팩 IPO·합병 증권신고서에 투자주체 간 이해상충요소 등이 충실히 기재될 수 있도록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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