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팹리스 떼어낸다…"순수 파운드리로 TSMC처럼 도약"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 2023.03.07 18:27
DB하이텍 부천공장 전경
8인치 웨이퍼 기반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DB하이텍이 자사 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부문을 자회사로 떼어냈다. 물적분할을 통해 분사되는 신설법인은 DB팹리스(가칭)으로, 분할 기준일은 5월 2일이다.

DB하이텍이 7일 이사회를 열고 브랜드사업부 분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주력인 설계사업을 떼어내 고객들과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고, 파운드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단 결정이다.

파운드리는 고객의 설계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탓에, 고객사들은 설계 부서가 함께 있는 회사를 다소 껄끄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는 '고객(팹리스)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모토를 기반으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키워왔다. 또 다른 대만 파운드리 기업인 UMC 역시 설계사업부서를 미디어텍과 노바텍으로 분사한 후 본업인 파운드리사업에 집중하면서 사업규모를 10배 가까이 늘렸다. DB하이텍도 이같은 성공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한 것으로 해석된다.

DB하이텍은 그 동안 파운드리 고객의 기술유출을 비롯한 이해 충돌 문제 때문에 범용제품인 LCD(액정표시장치) 중심의 디스플레이구동칩(DDI)에만 국한할 수밖에 없었던 사업영역을 부가가치가 높은 OLED 구동칩으로 확장하고, 미니 LED TV 구동칩 등 고성능 반도체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조기석 DB하이텍 사장은 "글로벌 파운드리의 전략방향에 맞춰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을 분리하여 각각의 전문성을 한층 높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DB하이텍은 이번 분사 결정이 일반주주 보호 논란에서도 자유롭다는 입장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분할되는 신설법인은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예정이며, 불가피하게 상장할 경우 모회사인 DB하이텍의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반드시 거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할의 목적이 사업 전문성 강화에 있으며, 과거 핵심사업 물적분할 후 곧바로 상장해 일반주주들의 권익 훼손 논란을 불러 일으킨 사례들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DB하이텍은 지난해 9월 분사를 고려했다가 정부의 일반 주주보호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탓에 이를 중단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공포돼 이제 일반 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갖춰졌다는 판단에서 분사를 결정했다.

DB팹리스 사장은 황규철 브랜드사업본부장이 맡는다. 황 사장은 "모회사인 DB하이텍과의 시너지를 높여 '제 2의 미디어텍'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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