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선박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며 조선업이 초호황을 누렸던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국내 조선 3사는 연초부터 대규모 수주계약을 체결해 수주 실적이 두 달 만에 10조원을 돌파하며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7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월 말 신조선가지수는 전달보다 1.18 포인트 상승한 163.69를 기록했다. 신조선가지수는 신규 건조 선박 가격을 평균 지수화한 지표다. 조선업이 초호황을 누렸던 2009년 2월(160.36)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K-조선은 말 그대로 전투적으로 선박 수주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조선 3사의 선박 수주 금액은 10조8750억원(총 83억5900만 달러)이다. 두 달 만에 올해 수주 목표액(320억 달러)의 4분의 1 이상을 달성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61억1000만 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인 157억4000만 달러의 38.8%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수주 목표의 21%를 이미 달성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로 2000억원을 제시했다.
상승세 속에 K-조선은 7개월 만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복귀했다. 특히 지난달 수주에서 전 세계 발주량의 70% 이상을 쓸어 담으며 중국을 압도했다. 한국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 58척(210만CGT) 가운데 34척을 수주하는 가운데 중국은 17만CGT(9척·8%)에 그쳤다.
조선 3사가 수주한 48척 중 11척이 부가가치가 높은 LNG 운반선이다. LNG 운반선은 한국이 전 세계 발주량의 80%가량을 점유하는 '효자' 선박이며,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다. 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일 북아메리카 지역 선사로부터 LNG 운반선 3척을 수주하며 척당 역대 최고액인 2억55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클라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7만4000㎥급 LNG 운반선 가격은 2억50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최고가를 찍었다. 2019년 2월 1억8500만 달러, 2020년 2월 1억8600만 달러, 2021년 2월 1억8750만 달러, 2022년 2월 2억1800만 달러로 꾸준히 올랐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기준이 높아지며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수주의 양적·질적 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K-조선은 턴어라운드를 내다본다. 충분히 확보된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신규 수주 물량에 상승한 원가를 충분히 전가하며 가격 협상력도 높인다.
조선업계의 관행인 '헤비테일(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계약)' 특성상 지난 2년간 수주한 물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된다. 역시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요소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3년 치 이상의 수주 잔고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은 총 197척, 239억5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달러의 137.3%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총 46척, 104억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인 89억달러의 117%, 삼성중공업은 총 49척, 94억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인 88억달러의 107%를 달성했다.
조선업계는 인력 부족과 경기침체를 걸림돌로 꼽으면서도, 기술 경쟁력을 무기로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잔고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가격 협상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향후 선가를 낮출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으로 수주계약을 이어간다면 상반기 중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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