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디지털헬스]"초경부터 완경까지 함께"…女 건강한 삶 꿈꾼다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 2023.03.07 09:12

⑪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월경 중심 헬스케어 기업, 2017년 공동창업
2020년 '헤이문' 론칭…월경주기 예측 등 제공
자체 알고리즘으로 오차범위 2일 내로 줄여
고민해결·쇼핑 등 다양한 경험 제공이 차별점

편집자주 | 디지털 전환이 사회 화두가 된지 5년이 지났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혁신이 요구되는 흐름이다. 제약·바이오, 의료 등 헬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건강, 생명과 직결되는 업의 특성상 더뎠을 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0% 고성장이 점쳐진다. 전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ICT 강국이다. 제약·바이오 후발주자 입장으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내 디지털 헬스 대표주자들을 만나 이들이 만들어갈 변화를 미리 살펴본다.

#문해피(가명)씨는 불규칙한 월경주기 탓에 지난 10년간 한 '월경주기 예측' 모바일 앱의 도움을 받아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몸에는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없던 배란통이 생겼고 월경 전 우울감이 커졌으며 월경통이 심해져 복용하는 약의 양이 늘었다. 어느 달엔 '이젠 예측 가능해졌다' 안도했던 월경주기가 틀어지기도 했다. 문해피씨는 정확한 주기 예측과 함께 월경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러던 중 그의 눈에 모바일 앱 '헤이문'이 들어왔다. 월경을 중심으로 여성 건강 관리를 돕는 모바일 앱이라고 했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는 "여성이 일생에서 마주할 수 있는 건강, 상황에 대한 고민 해결을 지향한다"며 "월경주기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고민 해결, 쇼핑 등 다른 경험으로 연결되도록 한 게 다른 '월경주기 예측' 앱과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2월 말 180만 다운로드 돌파


해피문데이는 김 대표가 부혜은 최고기술경영자(CTO)와 2017년 함께 설립한 회사다. 창업의 단초가 된 것은 '경험'이다. 창업 전 김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다니면서 스타트업와 IT회사 서비스 엔지니어, 벤처캐피털(VC) 투자심사역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제가 월경통과 PMS(월경 전 증후군)가 심했어요. 근데 저는 생산성에 극도로 집착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월경통과 PMS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데 평상시 불만이 컸어요. 그러던 차에 '깔창 생리대' 사연까지 듣게 됐고 충격을 받게 됐죠. 당시 제가 VC 투자자로 일하던 때였거든요. '여성이 자신의 일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월경은 여성 모두가 하는 일이잖아요. 직접 서비스를 만들어 월경과 관련한 크고 작은 고민을 개선하고 관리해야겠다 다짐했죠."

해피문데이 창업 직후 김 대표는 '유기농 순면 생리대'를 제작해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초경 가이드북을 제작해 배포하고 생리대 라인업을 오버나이트, 소형, 탐폰 등으로 확장했다. 모바일 앱 '헤이문'은 2020년 론칭했다. 김 대표는 "여성 건강을 해석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월경이 주요한 지표라고 생각했다"며 "또 월경은 호르몬 변화에 대한 이해가 바탕으로 깔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주기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월경주기 예측' 서비스 제공 앱은 헤이문이 나오기 전에도 무수히 많았다. 김 대표는 "많은 건 사실이나 대부분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주기 계산식에 개인의 데이터를 집어넣어 결과값을 도출하는 원리"라며 "헤이문은 기존 계산법 대비 평균 오차범위를 2일 줄였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론칭 2년 6개월만인 지난달 말 누적 18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예측 정확성이 주요인으로 평가된다는 전언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김 대표, 수학통계를 전공한 CTO, 간호사 출신 PM(프로덕트 매니저), 자문을 맡은 산부인과 의사 등이 머리를 맞대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500명의 월경 데이터를 모아서 8개월간 학습한 다음 산술 평균공식에 근거해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며 "다른 월경주기 예측 앱들은 경우의 수를 쪼개서 데이터 값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구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헤이문이 머신러닝 기반인 건 아니다. 그는 "머신러닝 기반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쌓인 데이터들의 통계 처리를 보면서 새로운 예측 케이스가 나올 때 이를 반영하는 식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경용품 '정기구독'까지


헤이문은 주기예측 외에도 평균 월경기간, 평균 주기, 그 동안의 주기 변화, 주기가 짧았는지 혹은 길었는지 등의 정보를 사용자에 리포트로 제공한다. 월경 주기(배란일, 월경 전 등)에 맞춰 몸이 필요할 수 있는 정보도 전달한다. 예컨대 월경 전 월경용품은 챙겼는지, PMS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월경통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이다. 고민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다. 질염(10초 셀프 체크), 월경(내게 맞는 진통제 찾기·PMS 유형별 대처법), 성생활(월경 피임약 잊었을 때 매뉴얼) 등 분야별로 질문에 답을 누르면 내게 맞는 답이 나오는 것이다. 백신접종 전후 주의사항, 월경통이 언제 얼마나 어떻게 아픈지 등 일반적인 궁금증에 대한 정보도 수십개 콘텐츠로 제공한다. 김 대표는 "분야별 전문가와 컨택해 전문성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월경용품을 구입하고, 정기구독까지 할 수 있는 기능도 부착했다. 생리대, 월경컵, 질염테스트기, 피임도구 등 다양한 용품을 판매한다. 김 대표는 "일반 고객들이 제품이 만들어진 기저 원리를 일일이 공부하면서 구입을 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유명 연예인이 광고하는 제품이 좋은 제품인 것처럼 팔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지우고 좋다는 근거가 명확한 제품을 선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후 카테고리별로 1~2개 제품만 선보이고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지거나 관리가 안되는 제품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식으로 제품 관리를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어 김 대표는 "가격도 인터넷 최저가보다 저렴한 수준을 지향한다"며 "월경용품은 여성 모두가 매달 사용하기 때문에 정기구독 수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헤이문이 초경부터 완경까지 여정에 쓰일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하길 바란단 바람을 전했다. "헬스케어 서비스들은 대부분 특정 질환, 특정 순간에서의 니즈를 충족해주는데 초점이 맞춰져있어요. 반면 헤이문은 초경부터 완경까지 여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해결해줄 수 있단 강점이 있어요. 지금은 불규칙한 월경 주기를 관리하고, 여성 인생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피임이 잘 이뤄지도록 교육을 하고, 정 안되면 사후피임약을 놓치지 않고 먹을 수 있게 하는 등 내게 일어나는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돕고 싶어요. 헤이문을 통해서 체념에서 오는 불편, 무지에서 오는 불안을 해결하고 싶은 거에요.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병원까지 연결될 수도 있잖아요. 출생부터 여성들이 건강을 관리하는 서비스로 발전하면 좋겠단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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