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쓰릴 때 우유로 코팅" 이 말 틀렸다…'역류성 식도염' 허와 실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03.06 14:50
목구멍에 쓴물·신물이 올라오고 가슴 쓰림 증상이 잦을 때 흔히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질환명인 역류성 식도염(미란성 역류질환)은 비미란성 역류질환(식도 점막이 손상당하지 않은 역류질환)과 함께 '위식도 역류질환'의 한 종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에서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483만3042명으로, 2018년(444만76명)보다 3년 만에 8.8%포인트(p) 증가했다. 우리 국민 11명당 1명은 위산 역류로 고통받는 셈이다. 이 질환은 발병이 흔한 만큼 잘못 알려진 속설도 널리 퍼져 있다. 역류성 식도염을 비롯한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한 오해를 풀어본다.



Q. 위산 역류 흔적은 내시경 검사에서만 관찰된다?


X 모든 위식도 역류질환을 내시경 검사로 진단할 수는 없다.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면 절반가량에서만 염증 소견이 맨눈으로 보인다. 나머지 절반의 환자에게선 염증이 보이지 않는다. 염증이 보이지 않더라도 환자의 증상이 확실하면 위식도 역류질환이라고 진단·치료한다. 그밖에 24시간 식도 산도 검사, 식도 내압 검사 등을 시행해 위식도 역류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Q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위산 역류 개선에 도움 된다?


X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오히려 위장 운동을 떨어뜨려 위에만 머물러야 할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기 쉽다. 따라서 차가운 음식 섭취는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할 수 있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인 35~40도의 미지근한 물과 음식이 위식도 역류질환의 악화를 막는 데 도움 된다. 하부 식도 괄약근(식도와 위의 경계에 있는 근육)의 압력을 낮추는 기름진 음식, 술, 담배, 커피, 홍차, 박하, 초콜릿 등은 삼가는 게 좋다. 다른 질병의 치료에 사용되는 칼슘통로차단제, 수면제, 통풍 약 등은 하부 식도 괄약근 압력을 낮추기 때문에 의사와 상의해 다른 약제로 바꾸는 게 권고된다. 신맛의 과일 주스, 토마토, 콜라·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는 식도 점막을 직접 자극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Q. 미역·다시마 먹으면 역류성 식도염 개선에 좋다?


O 식이섬유는 불용성과 수용성으로 나뉜다. 그중 수용성 식이섬유는 물에 쉽게 녹아 몸속에서 부드러운 겔 형태가 된다. 위산 역류로 속이 쓰릴 때 미역·다시마 같은 수용성 식이섬유를 먹으면 위벽을 자극하지 않아 역류성 식도염 같은 위식도 역류질환 개선에 도움 된다. 김·보리·귀리·바나나·딸기·사과·오렌지 등에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반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위벽이 약해졌거나 위궤양이 생긴 경우 셀러리·고사리·브로콜리 등 식감이 거친 불용성 식이섬유는 위벽을 자극하고, 위궤양 부위에 상처를 줄 수 있어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Q. 역류성 식도염, 식도암이 될 수 있다?


△ 식도암은 '식도선암'과 '식도 편평세포암'으로 구분한다. 역류성 식도염 같은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식도가 오랜 기간 위산에 노출되면 식도와 위 경계 부위에서 식도 조직이 위 상피세포처럼 변한다. 이를 '바렛식도'라고 한다. 바렛식도는 위산의 역류로 인해 생긴 식도염이 치유될 때 세포가 변형되면서 생기는 병이다. 이때 세포 변형 정도가 심하면 식도선암과 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인에게 발병하는 식도암의 95% 이상은 식도선암이 아닌 '식도 편평세포암'이다. 식도 편평세포암은 음주·흡연 등이 주원인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발병하는 식도암 대부분은 위식도 역류질환과 무관하다. 결론적으로 국내에서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인해 식도암이 발병할 확률은 거의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Q. 왼쪽으로 누우면 위산 역류를 막을 수 있다?


O 위식도 역류 질환에 도움을 주는 생활 수칙은 잠자리에서의 자세 교정이다. 오른쪽보다 왼쪽으로 누우면 위의 구조상 소화되기 전 음식물이 하부 식도 괄약근을 덜 자극해 생리학적으로 위산의 역류를 막는 데 도움 된다. 잠자리의 상체 부위를 높이면 위산 역류를 예방할 수 있다. 식후에 곧바로 천장을 바라보고 눕거나 잠자기 바로 전에 간식을 먹으면 잠자는 동안 위산이 식도로 역류할 수 있어 삼가야 한다. 껌을 씹어 타액을 많이 분비하면 역류한 산을 중화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비만한 경우 몸무게를 줄이면 식도가 받는 압력을 줄여 역류를 완화할 수 있다. 몸에 너무 꽉 끼는 옷은 복압을 높여 위산 역류를 부추기므로 되도록 입지 말아야 한다.



Q. 위산 올라올 때 우유 마시면 괜찮다?


X 위산이 역류해 속이 쓰릴 때 우유를 마시면 속이 코팅돼 괜찮아진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우유의 단백질은 위 점막을 보호하고, 우유의 약알칼리 성분은 쓰린 속을 일시적으로 달래주는 데 도움은 된다. 문제는 그 이후에 속 쓰림 증상이 더 악화된다는 것이다. 역류성 식도염의 경우 우유가 일시적으로 식도를 코팅해 위산 역류로 인한 속 쓰림을 줄였다가, 그 이후 우유가 위에 도달하면 위가 우유에 든 칼슘·카제인 성분 등을 음식으로 여겨 위산을 내보낸다. 그로 인해 위산이 역류해 속 쓰림이 악화할 수 있다. 속을 달랠 땐 우유 대신 물이 제격이다. 물은 위산을 희석하는 데다 위에서 물을 음식으로 여기지 않아 위산을 추가로 내보내지 않는다.

도움말=이정훈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경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장재영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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