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대일 외교 승부수…'한·미·일의 봄'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23.03.05 16:19

[the300]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03.
윤석열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본궤도에 오른다. 일본 피고 기업의 직접 참여 없이 우리 기업의 출연만으로 피해 배상을 실시하되 양국 재계 단체가 기금을 마련해 청년 등 미래세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우회한다. 일본은 우리 정부의 발표에 호응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사과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급박한 국제정세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한일관계 정상화를 늦출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속도전이다. 3월 한일, 4월 한미로 이어지는 정상외교를 통해 한미일 협력을 극대화한다는 윤 대통령의 구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래에 방점을 찍은 과감한 결정으로 풀이되지만 국민 여론이 관건이다. 이후 일본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 호응이 없으면 상당한 정치적 부담도 불가피하다.



韓 강제징용 해법 발표, 日기업 직접 출연 X


5일 대통령실과 정부 등에 따르면 외교부는 6일 한일관계 최대 걸림돌인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한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4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여부 등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취재진에게 이와 관련 "한일 외교 당국 간에 협의가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핵심 쟁점이던 일본 기업의 출연 문제는 일단 하지 않는 쪽으로 잡혔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국내 기업으로부터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에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들에게 대신 배상(제3자 변제)하되 일본 피고 기업들도 재단에 출연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어떤 형태로든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에 참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과거 양국 간 협정으로 마무리된 사안에 대해 또다시 배상을 한다면 배임 문제 등이 생긴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혜택을 받은 포스코 등 우리 기업의 출연금으로 재단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게 됐다. 일본 측 주장이 관철된 셈이어서 일부 피해자들의 수용 여부와 국민적 반감 등 논란도 예상된다.

[인천공항=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안보실장은 방미 기간 중 미국 행정부와 학계 인사들과 면담하며 북한 문제, 지역·글로벌 정세와 더불어 경제안보 관련 현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2023.03.05.


전경련-게이단렌 '공동 기금'→청년 지원 추진


대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게이단렌(經團連,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청년 장학금 등 미래세대의 교류 증진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수립이라는 목표에 맞춰 일본 기업들이 양국관계 개선에 호응케 하는 방안이다.

김성한 실장은 "한일 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역시 미래세대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며 "양측 경제계라든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요미우리도 전날 보도에서 "일본 게이단렌 내에서 협력 사업 창설을 위해 회원 기업에 자금 협력을 요청하는 안이 부상하고 있다. 이 자금은 배상과 별개로 한국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급 등에 쓰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방안이 실제 추진되면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급격히 지위가 추락한 전경련이 재계 대표단체로서 위상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전경련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상임선대위원장이었던 김병준 교수를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1.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日정부,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입장 밝힐듯


한국 정부의 발표에 이어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입장 등을 내놓을 전망이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이어받는다는 게 골자다. 일본은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표명하고 한국은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하는 내용으로서 윤 대통령도 줄곧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한일관계의 근간으로 밝혀왔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새로운 담화를 내는 대신 과거 선언 등을 답습하려는 것은 그렇게 해야 '문제가 해결됐다'는 기존 일본 측 입장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배상 방식이나 과거사 사과 등에서 일본의 전향적 자세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관계 개선의 문을 열기 위해 우리가 먼저 양보했다고 보일 수 있어서다.



3월 한일→4월 한미정상회담→5월 G7…'한미일 협력' 극대화 구상


하지만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시간이 없다는 게 윤 대통령의 판단이다. 북핵 위협의 고도화, 글로벌 복합위기 심화 등 긴박한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 한일관계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의미다.

김성한 실장은 "한일관계 개선에 관해서 미국 측이 예의주시하고 있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고민할 정도로 관심이 굉장히 많다"며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서 한미일 안보 협력, 더 나아가 한미일 전반적인 관계 발전을 위해서 미국이 할 수 있는 역할, 한미동맹 차원에서 챙길 수 있는 그런 어떤 방안들을 (이번 방미에서) 논의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마드리드=뉴스1) 오대일 기자 = 한미일 3국 정상이 29일 오후(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국제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29/뉴스1
징용 문제 해법이 일단락되면 이달 중 윤 대통령의 방일 정상회담이 유력하다. 김성한 실장은 "양측 정상이 만나서 소위 고르디우스의 매듭(어렵고 복잡한 문제)을 푼 직후에 챙겨야 할 현안들을 속도감 있게 다뤄나가는 절차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런 계기는 양측 협의를 통해서 조만간 시기가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분야 수출규제 강화 조치 등이 풀릴 수 있다.

이어 4월에는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 12년 만의 미국 국빈 방문이 예상된다. 5월에는 다시 일본에서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가 열린다. 한일,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한미일 협력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연이어 펼쳐진다.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안보는 물론 경제, 과학기술 등 전반적 협력을 강화해 복합위기를 돌파해나간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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