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의 혼돈으로 경영공백 위기에 내몰렸다. 숏리스트 후보군을 여권이 공개 비판하면서 또 한 번의 선임 백지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데, 이렇게 되면 KT는 4월을 '대표 공백' 상태로 보내야 한다. 사내이사 2인이 3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컨틴전시플랜(비상경영계획)을 가동해 비등기임원을 임시 대표이사로 올리겠지만, 말 그대로 '임시'인 탓에 주요 의사결정은 내릴 수 없다. KT 안팎에선 "1년 중 넉 달을 주요 의사결정조차 못하고 허송세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KT 이사회가 보다 경영공백과 혼선을 최소화할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오는 7일 숏리스트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해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한 뒤 오는 29~31일쯤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확정할 계획이다.
상법상 주식회사는 결산일 후 90일 내 주주총회를 소집해야 하는 만큼, 12월 결산법인인 KT는 3월 내 주총을 열어야 한다. 또 상장사는 주총 소집 결의와 안건 및 관련 정보를 2주 전에는 알려야 한다. 차기 대표이사 1인 후보가 7일 결정되면, 기타 후속 인사를 포함한 이사 선임과 결산 및 사업보고서 확정 등을 거쳐 마지노선인 오는 16일 전후로는 주총 공고를 빠듯하게 마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그러나 현재로선 7일 대표이사 후보 내정조차 불투명하다.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매스총괄(사장),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신수정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등 KT 전현직 임원으로 구성된 숏리스트를 향해 여권이 "그들만의 리그"라며 비판하고 있어서다. 여권은 일부 후보를 향해선 구현모 현 대표와 얽힌 비리 의혹까지 언급하며 "이익 카르텔"이라 꼬집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내부든 외부든 'KT를 혁신할 수 있는 인재'를 국민이 바랐는데 (숏리스트) 4명은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또 "심사 기준이 전부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심사기준표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내부 인사가 유리하다. 그러다 보니 외부인사가 전부 탈락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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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비판에도 KT "예고대로"…그럴수밖에 없는 속사정━
결국 KT 이사회에는 사외이사만 남게 되는데, 이들 중에서도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사외이사는 4명(김대유·유희열·김용헌·벤자민홍) 뿐이다.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3인(표현명·강충구·여은정)의 재선임 또는 신규 선임이 필요한데, 차기 대표조차 뽑지 못하는 이사회로선 사정이 여의치않다.
임시방편은 있다. KT 정관은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전원의 유고시에는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으로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했고, 이에 따라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등 미등기임원 중 1인을 법원으로부터 허락을 얻어 임시 대표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 다만 전례에 비춰보면 행정 절차에만 15~20일이 걸린다. 임시 대표를 정해도 이 기간 동안은 결재의 법적 효력이 없는 셈이다. 결국 4월에도 인사, 투자, 자금조달 등 필수적인 의사결정조차 내릴 수 없다.
KT 이사회가 7일 1인을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내정해 주총을 강행해도, 국민연금과의 표 대결에서 밀린다면 결과는 마찬가지다. 4인 숏리스트 공개 후 국민연금은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줄곧 KT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비판해 왔던 점, 정부·여당의 비판 기류가 강한 점 등에 비춰보면 반대표 가능성이 점쳐진다. KT의 우군으로 평가받던 현대차그룹, 신한금융지주 등 주요 주주도 여권에 반기를 들기는 난감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여권의 반대가 뚜렷하지만, KT로선 사상 초유의 '대표이사 공백' 사태가 불가피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라며 "자칫하면 한 해의 3분의 1을 대표이사 논란 때문에 흘려보내면서 KT의 경쟁력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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