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파국 치닫는 KT... 초유의 '대표 공백사태' 현실화할 수도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23.03.06 10:09

KT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의 혼돈으로 경영공백 위기에 내몰렸다. 숏리스트 후보군을 여권이 공개 비판하면서 또 한 번의 선임 백지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데, 이렇게 되면 KT는 4월을 '대표 공백' 상태로 보내야 한다. 사내이사 2인이 3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컨틴전시플랜(비상경영계획)을 가동해 비등기임원을 임시 대표이사로 올리겠지만, 말 그대로 '임시'인 탓에 주요 의사결정은 내릴 수 없다. KT 안팎에선 "1년 중 넉 달을 주요 의사결정조차 못하고 허송세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KT 이사회가 보다 경영공백과 혼선을 최소화할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오는 7일 숏리스트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해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한 뒤 오는 29~31일쯤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확정할 계획이다.

상법상 주식회사는 결산일 후 90일 내 주주총회를 소집해야 하는 만큼, 12월 결산법인인 KT는 3월 내 주총을 열어야 한다. 또 상장사는 주총 소집 결의와 안건 및 관련 정보를 2주 전에는 알려야 한다. 차기 대표이사 1인 후보가 7일 결정되면, 기타 후속 인사를 포함한 이사 선임과 결산 및 사업보고서 확정 등을 거쳐 마지노선인 오는 16일 전후로는 주총 공고를 빠듯하게 마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그러나 현재로선 7일 대표이사 후보 내정조차 불투명하다.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매스총괄(사장),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신수정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등 KT 전현직 임원으로 구성된 숏리스트를 향해 여권이 "그들만의 리그"라며 비판하고 있어서다. 여권은 일부 후보를 향해선 구현모 현 대표와 얽힌 비리 의혹까지 언급하며 "이익 카르텔"이라 꼬집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내부든 외부든 'KT를 혁신할 수 있는 인재'를 국민이 바랐는데 (숏리스트) 4명은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또 "심사 기준이 전부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심사기준표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내부 인사가 유리하다. 그러다 보니 외부인사가 전부 탈락했다"고 지적했다.



與 비판에도 KT "예고대로"…그럴수밖에 없는 속사정


KT는 현재로선 예고된 시간표를 지킨다는 입장이다. 대표이사 선출을 한 번 미루면 4월 대표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현재 KT의 등기임원은 9명이다. 이중 사내이사는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사장 등 2명인데, 임기는 3월 주총으로 끝난다. 여권 비판 등을 의식해 숏리스트 4인을 백지화하고 새로 선출 절차에 돌입하면 물리적으로 이번 주총에 새로운 사내이사 추천이 어렵다.

결국 KT 이사회에는 사외이사만 남게 되는데, 이들 중에서도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사외이사는 4명(김대유·유희열·김용헌·벤자민홍) 뿐이다.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3인(표현명·강충구·여은정)의 재선임 또는 신규 선임이 필요한데, 차기 대표조차 뽑지 못하는 이사회로선 사정이 여의치않다.

임시방편은 있다. KT 정관은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전원의 유고시에는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으로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했고, 이에 따라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등 미등기임원 중 1인을 법원으로부터 허락을 얻어 임시 대표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 다만 전례에 비춰보면 행정 절차에만 15~20일이 걸린다. 임시 대표를 정해도 이 기간 동안은 결재의 법적 효력이 없는 셈이다. 결국 4월에도 인사, 투자, 자금조달 등 필수적인 의사결정조차 내릴 수 없다.

KT 이사회가 7일 1인을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내정해 주총을 강행해도, 국민연금과의 표 대결에서 밀린다면 결과는 마찬가지다. 4인 숏리스트 공개 후 국민연금은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줄곧 KT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비판해 왔던 점, 정부·여당의 비판 기류가 강한 점 등에 비춰보면 반대표 가능성이 점쳐진다. KT의 우군으로 평가받던 현대차그룹, 신한금융지주 등 주요 주주도 여권에 반기를 들기는 난감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여권의 반대가 뚜렷하지만, KT로선 사상 초유의 '대표이사 공백' 사태가 불가피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라며 "자칫하면 한 해의 3분의 1을 대표이사 논란 때문에 흘려보내면서 KT의 경쟁력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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