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과 2008년 베이징 대회 금메달, 그리고 2006년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 이 중심에 '국민유격수' 박진만(47)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오는 8일 개막하는 2023 WBC에 나서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라운드 B조에서 호주, 일본, 체코, 중국과 차례로 격돌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운명의 한일전.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된다는 대결이지만 어느 때보다도 일본의 전력이 탄탄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진만 삼성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한일전뿐 아니라 이번 대회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달렸다.
박 감독은 "대표팀이 과거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하나로 뭉치는 힘,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팀을 위한 희생 정신도 크다. 외부에서 바라볼 땐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등을 시작으로 박진만 감독은 10년 가까이 대표팀 단골 손님이었다. 특히나 한 점 한 점이 소중한 국가대항전에서 그의 탄탄한 수비력은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커다란 무기였다. 이번에도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형성할 키스톤 등 강력한 수비 조합이 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WBC는 그의 인생에 있어서도 잊을 수 없는 경험 가운데 하나다. 당시 한국은 세계최강 미국을 꺾었을 만큼 기세가 뛰어났다.
이어 "늘 느끼지만 위축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상대가 누구든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기싸움이다. 공에 맞아서라도 출루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그런 눈빛으로 맞서야 한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도 우리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한일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방심할 순 없지만 중국과 체코가 객관적 전력에서 떨어지기에 한일전이 사실상 1라운드 순위 결정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A,B조 1,2위가 8강에 진출하는데 조 1위를 차지해야 A조 2위를 만나게 돼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A조엔 쿠바와 네덜란드, 대만 등 만만치 않은 강호들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일본은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전력이 탄탄하다.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중심으로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속 160㎞를 뿌리는 사사키 로키(지바롯데 마린스), 지난해 일본인 최다인 56홈런을 때려낸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 등 이름값도 상당하다. 누구보다 한일전 경험이 많은 박진만 감독은 "전력상 일본이 앞선다는 평가지만 야구는 분위기와 흐름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이기기 위해 악착같이 하는 면이 있다. 특히 한일전은 전력비교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태극마크의 커다란 무게감 또한 잘 알고 있는 그다. "부담감과 무게감이 엄청나다. 경기 후엔 피로도도 상당하다"는 그는 "한국 특유의 저력이 있다. 이번에도 보여줄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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