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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에서 나온 ‘노란 봉투’━
노란 봉투 캠페인은 배상액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를 입법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15년 4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34명이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노조법상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합법 파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자 개인에게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한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노란봉투법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른 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대우조선해양은 하청 노동조합 집행부 5명에게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인당 94억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손배액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노란봉투법’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9월 정의당이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해 당론으로 채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7대 입법 과제’에 노란봉투법을 포함시켰다. 법 통과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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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노동쟁의·노동자 손배 면책 범위 넓혀━
현재 노조법 2조는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업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도 포함했다. 하도급 관계에서 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때 원청 사용자는 유급 노조 활동을 보장해야 하고, 단체교섭을 게을리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노조법 3조와 관련해 파업 과정에서 노동자의 손해배상 면책 범위도 넓혔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때 각 손해배상 의무자를 구별해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손해를 사람별로 일일이 따져 책임을 묻도록 한 것이다. “과도한 손해배상 폭탄에 의해 노조를 말살하거나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삼권을 없애는 형태로 손해배상 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같은 조항을 두고 야당과 노동계는 이 법이 노동자의 권리인 합법 파업을 보장할 것으로 보지만,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불법 파업을 조장할 것으로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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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환영…의미 있는 진전”━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과 불평등의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을 만든 것일 뿐”이라고 평가하며 환노위 처리 과정에서 다수가 퇴장한 국민의힘을 향해 “비정규직의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조법 개정안을 존중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나오자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헌법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거부한다면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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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계 “산업생태계 악영향”…정부도 “재고 촉구”━
이어 “2019년 세계 경제포럼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노동 유연성은 141개국 중에 97위, OECD 36개국 중에 34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며 “가뜩이나 강성 노조로 인해 기업하기 어려운데 일자리마저도 말살시켜 국가 경제의 발목을 부러뜨리는 망국법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노조법 개정은 산업현장 혼란을 가중시켜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와 근로자, 협력업체 등에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노조법 개정안은 사업장점거, 생산방해 등 노조의 불법파업을 보호하고, 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업체에 대해 하청 노조가 파업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내용”이라며 “우리 경제와 산업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가장 시급한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의 국회 환노위 통과 소식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즉각 재고를 요청했다. 이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통과된 개정안이 과연 노동조합법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매우 깊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개정안은 법치주의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에 담긴 사용자 개념 확대 부분을 거론한 것. 이 장관은 또, “노조의 불법에 대해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면서, 피해를 받는 사람보다 피해를 준 사람이 더 보호되는 모순과 불공정을 초래하게 된다”며 노조의 불법행위가 만연해질 것을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환노위를 통과하기 전날인 지난달 20일에도 기자회견을 갖고 단체교섭 장기화, 교섭체계 대혼란, 사법 분쟁 증가 등의 부작용을 들어 노란봉투법 재고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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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 가능성 높지만 시행은 미지수━
환노위 의결로 노란봉투법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의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어 법안 처리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야당은 개정안의 법사위 처리를 건너뛰고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사위가 특정 법안 심사를 60일 안에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 표결(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로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본회의에 상정되면 개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 법안이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노동개혁’을 연일 강조하며 노동계와 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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