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을 모른다"...첩첩산중 KT CEO 인선, 막판까지 '안갯속'

머니투데이 김승한 기자 | 2023.03.05 10:45
KT 차기 대표 면접심사 대상자에 오른 (왼쪽부터)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60),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58),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62), 임헌문 전 KT매스총괄 사장(63)./사진=KT

최근 KT 이사회가 KT 전현직 임원들만으로 최종 대표 후보자 면접후보자를 선정하고 정치권 출신 외부인사들을 배제하면서 여권의 반발이 거세다. 대통령실 조차 이에 동조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여권이 '그들만의 리그'리며 최종 후보자 모두를 비토한 만큼 이사회가 누굴 최종 후보자로 정할지, 그리고 국민연금 등 주요주주 설득이 가능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최종 후보가 주총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가시밭길을 걸을 수 밖에 없으며 자칫 대표 선임절차가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7일 면접심사를 통해 선정된 차기 대표 최종 1인 후보를 확정하고, 이달 29일 또는 3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를 선임한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사장 돌려막기" "내부 이익카르텔" 같은 노골적인 표현과 함께 구현모 현 대표의 업무상 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선임 절차가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현 상황에서 차기대표 선임절차를 뒤집긴 어려운 만큼 주총 표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경림 사장 최종 후보 유력하지만...여권 등쌀에 "글쎄"



여권은 KT 이사회가 KT 전현직 임원 4명만으로 면접 대상자를 추린 것 자체를 문제삼는다. 외부인사들에게 면접기회 조차 갖지 못하게 한 것은 사실상 구현모 대표 체재 연장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다.

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구현모 현 KT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되자 갑자기 사퇴하면서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 사장을 세웠다"며 "윤 사장이 현대차 근무 시절 현대차가 구현모 대표의 친형 회사(에어플러그)를 인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가장 유력한 주자인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구현모 사람'으로 간주하고, 구 대표가 연임포기후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며 날을 세운 것이다. 나머지 후보들에 대해서도 구현모의 사람, 또는 야당 핵심인사와의 친분이 있거나 쪼개기 후원에 연루된 경력이 있어 사실상 들러리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 주무 상임위원들이 민간기업의 현직 대표와 선임 절차를 두고 공공연히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전례가 없고 부적절해 보인다"면서 "이번 경선 만큼은 원점으로 돌리고 싶다는 (여권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반대 가능성 배제 못해...백지화되면 정치권 인사 재도전할 듯


현재 상황만 보면, 누가 최종 1인으로 오르더라도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 등 주주들을 설득하는게 과제다. 지금까지 분위기만 보면 국민연금의 반대로 최종 후보까지 낙마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워낙 변수가 많았던 경선인 만큼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각에선 여당 의원들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선임 절차를 두고 불쾌감을 드러낸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정치권 기류를 거스르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T지분구조를 보면, 지난 3일 기준 국민연금 8.53%, 신한은행 5.58%, 현대차 4.69% 등이 주요주주다. 국민연금이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해도 KT와 혈맹관계를 맺은 신한은행과 현대차가 찬성하면 통과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8.29%)이고 현대차의 2대주주(7.78%)인데다 두 회사 모두 정치권의 입김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변수다.

물론 다른 해외투자자, 소액주주들이 나서면 통과 가능성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 여권의 입장에 반한 결과가 나오면 KT에 대한 흔들기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신임 대표로선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만약 주총에서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면 KT 대표 선임 절차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현재 KT 본사와 계열사 모두 인사 및 조직개편이 '올스톱' 상태인데, 경영 공백이 장기화 될 수 있단 얘기다.

이 때문에 윤진식 전 장관(77), 김성태 전 의원(69) 등 기존 정치권 후보자들이 여전히 죽은 카드가 아니라는 평가가 여전하다. 이들은 여당 의원, 관료 출신들로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하며 현 정부와 인연이 깊다.

정치권 '뉴페이스'가 새 KT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윤진식 전 장관 등이 재도전하면 여당 입장에선 모양새가 빠질 뿐더러 '내정된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만약 선임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좀더 젊고 역량이 있는 새로운 정치권 후보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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