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딛고 달리는 父子, 우리가 돕자" 26일 관악산에 무슨 일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23.03.04 06:55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병으로 몸을 가누기 힘든 아들과, 아들이 탄 휠체어를 밀며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아버지. 배재국씨(27)와 그의 아버지 배종훈씨(57)다.

이달 26일 오전 9시 서울 관악산 둘레길에서 '2023 서울 관악산 트레일런 대회'(대회장 채성만)가 열린다. 참가비를 모아 배씨 부자의 특별한 꿈, 미국 보스턴 국제마라톤 출전을 돕기 위해서다.



치료법 없다지만…세상 보여줄게



달리기 연습을 하는 배종훈·재국씨 부자. 포털에 '서울 관악산 트레일런 대회'를 검색하면 접수 홈페이지를 찾을 수 있다./사진= 본인제공

아들 재국씨는 9살 때 근이영양증(筋異營養症) 진단을 받았다. 전신 근육이 점차 경직돼 심장근육까지 굳으면 사망할 수 있다. 의사는 기껏 10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혼자 걷는 것은 물론 숨쉬기조차 버거워질 아들. 아버지는 한 번이라도 더 세상을 보여주려 등산과 달리기를 시작했다. 산을 오를 땐 아들을 업었다. 달리기를 할 땐 휠체어를 밀었다. 그렇게 2007년 국토 종단을 비롯, 지금껏 수많은 길을 함께 달렸다.

두 사람의 마라톤 풀코스 완주만 30여차례다. 2015년 미국 뉴욕 국제마라톤에도 참가했다. 재국씨의 마라톤에는 특수 제작한 경주용 휠체어가 필요하다. 당시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휠체어를 지원했다.

뉴욕에 갈 때 썼던 휠체어가 그만 고장이 났다. 새 휠체어가 필요한데 이런 장비는 기성품이 아니라 쓰는 사람 몸에 딱 맞춰 만들어야 한다. 그런만큼 가격(860만원 가량)이 만만치 않다. 이 사정을 알게 된 달리기 동호인들이 관악산 트레일런 대회를 열기로 했다.

3일 전화기 너머 아버지 배씨는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알리지도 않았는데 먼저 알고 도와주시겠다고 해 이것 자체가 기적같다"며 "부모 마음으로 도와주시는 것 같아 너무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 기초생활수급자다. 그의 두 딸도 각각 또다른 희귀병을 앓고 있다. 재국씨를 포함, 세 자녀를 함께 돌보느라 배씨는 하던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보스턴 마라톤은 50대 후반 나이라면 3시간35분 이내 풀코스 완주기록이 있어야 참가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가을 JTBC 마라톤에서 3시간30분38초를 기록했다.

두 사람은 달리기가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의사가 말했던 '10년'은 훌쩍 넘겼다. 재국씨도 삶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2021년 한양사이버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안구마우스를 쓰고 가족들이 책장을 넘겨주는 노력 끝에 4년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재국이가 달리면, 같은 병을 앓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희망이 되지 않겠습니까." 아버지가 여태 밀고 달린 것은 어쩌면 휠체어가 아니라 아들의 세상 전부인지도 모른다.
국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배종훈·재국씨 부자/사진= 본인제공



'기부 러너들' 손길…휠체어 해결돼도 난관


이들은 내년 4월 보스턴에 가려 한다. 휠체어를 장만해도 다른 관문이 있다. 재국씨는 근육이 약해져 인공호흡기를 써야할 때가 있다. 배씨는 "이 병 자체가 진행이 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기내에서 호흡기를 쓰려면 항공사 협조가 필요하다.

더 큰 목표도 있다. 미국 대륙횡단이다. 재국씨의 오랜 꿈인데 병이 진행되는 만큼 '다음'을 기약하기 쉽지 않다. 아버지는 내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직후 미국 횡단에 도전하려 한다. 체류기간이 길어지므로 비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관악산 트레일런은 1959년생들이 주축이 된 달리기 모임 '59황금복도야지'가 주관한다. 이 단체의 조임호씨는 배씨 부자에 대해 "아버지가 아들에게 헌신적으로 하는 모습에 오히려 우리가 배우는 점도 많다"고 말했다.

대회는 30㎞, 13㎞ 코스로 진행하고 오는 18일까지 접수한다. 달리지 않고 기부금만 내도 된다. 포털에 '2023 서울 관악산 트레일런'을 검색하면 접수 사이트와 문자신청 방법을 알 수 있다.

베스트 클릭

  1. 1 한 달 복통 앓다 병원 가니 이미 전이…"5년 생존율 2.6%" 최악의 암
  2. 2 평창동 회장님댁 배달 갔더니…"명절 잘 보내라"며 건넨 봉투 '깜짝'
  3. 3 커피 하루 2~3잔 여성의 몸에서 생긴 변화…남자는? '글쎄'
  4. 4 쓰레기만 든 게 아니었어?...북한이 띄운 풍선 만지면 벌어지는 일
  5. 5 '이범수와 이혼' 이윤진, 추석에도 '생이별' 아들 생각…"해피 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