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견제' 해외전기차, 소재·광물 직접구매로 압박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 2023.03.02 05:10

테슬라·GM, 밸류체인 전반 조달계약
車가격 안정화·배터리 원가 파악 의도
韓업계 "협상서 우위, 하청 전락 안 할 것"

테슬라 기가팩토리 생산라인 /사진=테슬라 뉴스룸

배터리 소재·광물을 직접 조달하는 전기차 회사가 늘고 있다. 전기차 원가의 40% 안팎을 차지하는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에 전기차 업체가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이는 배터리 공급가격 협상에서 주도적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와 엘앤에프는 3조8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니켈 함량 80~90% 수준의 프리미엄 하이니켈 양극재 7만7000톤을 내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공급한다. 전기차 80만대를 제작할 수 있는 양이다. 환율·원재료값 변동에 따라 실제 거래 금액이 달라지는 가격연동제가 적용된다. 이번 거래를 계기로 지속적인 납품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엘앤에프 양극재는 이미 테슬라 전기차 제작에 사용돼왔다. 엘앤에프의 핵심 고객사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엘앤에프로부터 납품받은 양극재를 이용해 배터리를 생산하고, 이 제품은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됐다. '소재→배터리→전기차'로 이어지는 생산 과정은 같지만, 구매계약의 주체가 테슬라라는 점에서 이전과 차이가 있다.

테슬라는 이번에 확보한 양극재를 차세대 원통형 타입인 4680(지름 46㎜·높이 80㎜)에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직접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활용하거나,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파나소닉 등에 배분한다. 파나소닉의 경우 스미토모화학으로부터 양극재를 공급받고 있어, 엘앤에프 물량의 상당수는 전처럼 LG에너지솔루션에 맡겨질 전망이다.

제너럴모터스(GM)도 직접 배터리 소재를 조달한다. GM은 구매를 넘어 아예 합작사(JV)를 설립했다. GM은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에 포스코케미칼과 양극재 생산 JV 얼티엄캠을 설립하고 현재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완공이 목표인 얼티엄캠은 생산한 양극재를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JV 얼티엄셀즈에 공급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GM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탑재된다.


배터리 소재 이전 단계인 광물 조달에도 적극적이다. 테슬라는 호주 흑연 개발회사 마그니스와 공급 계약을 마쳤다. 캐나다 시그마 리튬의 인수를 타진하며 채굴·정제 사업에도 나설 채비다. GM은 6억5000만달러(약 8600억원) 상당의 캐나다 리튬아메리카스 지분투자를 감행했다. 스텔란티스·포드 등 다른 전기차 회사들도 니켈·코발트·리튬 등의 직접 조달 계약을 체결했다.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핵심 파트너라는 점이다.

배터리업계는 단순히 배터리를 공급받아도 됐던 전기차 회사들이 밸류체인 전반에 관여하게 된 것은 전기차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내린 고육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밸류체인 전 단계에서 직접 구매·확보한 뒤 이를 파트너사에 배분하는 방식을 취해, 광물 가격 변동에 따라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것을 바로 잡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지만 외부로부터 조달해야 하는 배터리의 원가를 투명하게 파악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한 노력이자, 동시에 파트너사가 폭리를 취하지 못하게 해 배터리·전기차 가격 인하를 통한 판매량 확대를 노리겠다는 셈법"이라면서 "내연차 중심의 완성차 시장에서 유지해온 확고한 갑(甲)의 지위가 전기차 시대로 넘어오면서 배터리 회사에 위협받게 되자, 이를 통해 견제하겠다는 속내도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2~3년 전 내재화에 도전하며 배터리 회사들을 견제하려던 전기차 회사들이 이에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견제 방식을 찾은 것"이라면서 "배터리회사는 이미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협상 우위에 선 상황이어서, 가격 주도권을 조금 내준다고 하더라도 내연차 하청업체 수준의 지위로 전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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