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MZ노조, 사무엘 곰퍼스에게 배워야

머니투데이 김승욱 중앙대 명예교수 | 2023.03.06 02:03
김승욱 중앙대 교수
MZ세대 주축의 대안노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주목받고 있다. 유준환 의장은 정치이념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노동자 처우와 복지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미국도 노동운동의 방향성을 두고 갈등했다. 초기에는 유럽처럼 지식인 중심의 사회변혁 노동운동이 많았다. 1866년 창설된 전국노동조합(NLU)은 노동소외 해소를 목표로 삼고 세계 최초 노동정당인 전국노동개혁당(NLRP)을 창당했으나 국민의 지지를 못 받아 해체됐다. 그후 대량생산으로 인한 노동자 비인격화를 극복하고 도덕향상을 목표로 한 노동기사단(Knights of Labor)이 등장해 회원수 73만명의 거대노조로 성장했으나 1917년 이후 사라졌다. 이유는 농장주, 고용주, 농업노동자 등 모든 계층이 가입해 사회개량과 정치운동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동자 권익보호에 전념해야 한다는 노동자들이 1881년 전국노동조합연합회를 조직해 1886년 미국노동총동맹(AFL)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들은 정치참여나 경영간섭에 반대하고 오직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목표로 했다. 지도자인 담배공장 근로자 출신 새뮤얼 곰퍼스는 죽을 때까지 1년을 제외하고 37년 동안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가 실리주의적 노동조합주의를 일관성 있게 추진한 결과 AFL은 착실히 성장했다.

사회개량을 넘어 계급투쟁과 혁명적 방법이 노동자 권익보호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는 급진적 노동운동도 있었다. 제1차 인터내셔날의 미국지부로 사회노동당(SLP)이 1874년 창당돼 사회주의노조연합(STLA) 설립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1901년 다시 사회당을 결성해 AFL을 장악하려 했으나 곰퍼스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후 또 세계산업노동자동맹(IWW)을 결성했다. 이들이 주도하는 파업은 매우 폭력적이었다. 총기소지가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파업할 때 총기를 휴대했다. 시카고에서 진행된 철도파업에서는 박격포로 무장하고 기차를 방패 삼아 연방군이 탱크로 진압할 정도였다. IWW는 한때 AFL과 경쟁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갔으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분열해 실패했다. AFL의 실리주의와 IWW의 혁명주의 논쟁은 제1차 세계대전 때까지 계속됐다. 결국 AFL만 성공해 미국은 노사현장에서 이념갈등을 배제해 1920년대 미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잡게 됐다.


곰퍼스에게 배울 점은 이상주의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민자가 밀려드는 시대에 미숙련 노동자까지 보호한다는 것은 이상에 불과했다. 사회변혁이라는 이상적 목표를 가진 청교도들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사회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도덕적 비난을 감수하며 숙련공이라도 우선 보호해야 한다는 소신을 관철했다. 또한 이념적이고 과격한 투쟁방법을 배제하고 단체교섭만 중시해 국민의 지지를 받게 했다.

지금 한국에도 곰퍼스 같은 노조지도자가 필요하다. 전투적 노조 때문에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기업유치가 어렵다. 제3노조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실패했다. 이념적 투쟁보다 근로자 권익을 중요시하는 MZ세대가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이때 MZ노조가 노동운동의 새 장을 열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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