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마침표' 아닌 '쉼표' 찍은 한은 "긴축은 계속된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세종=유선일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정진우 기자 | 2023.02.23 16:06
이창용 한은 총재가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한은
사상 첫 7차례 연속(1.25%→3.5%) 이어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막을 내렸다.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동안 이어온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의 마감이다. 하지만 마침표가 아닌 쉼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금리동결의 의미를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향후 3.75%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3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올렸던 지난달 통화정책방향문과 비교해 '상당기간'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추가 인상 필요성'도 새로 언급했다. 이번 금리동결을 두고 '경기 둔화 우려'에 방점을 찍고 '이르면 연내 금리 인하'라는 낙관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4월 이후 매 금통위회의 때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해 오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며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금통위원들은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은 지난달보다 높아졌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 간 최종금리 수준 관련 의견은 '추가 인상(3.75%)'과 '동결(3.5%)'이 3대3으로 갈렸다. 그런데 이달에는 최종금리 수준을 3.75%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5명으로 늘었다.

게다가 한은이 연내 금리인하로 통화정책을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물가가 2% 수준으로 가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진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몇 개월 사이에 그런 변화가 나타날 여건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한은 자체적으로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3%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통방문에서 언급한 '상당기간'을 시장에서 보통 6개월로 해석하는 것에도 선을 그었다. 향후 '물가가 2%대로 안정될 때'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현 상황을 안개가 가득한 도로에 비유했다. 그는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면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개로 표현한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지켜보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불확실성 요인은 △인플레이션의 둔화 속도 △미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 △중국 경기 회복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부동산 경기의 금융안정 영향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 영향 등이다.

향후 한은의 금리 방향성을 좌우할 핵심키는 결국 '물가'다. 이 총재는 "한은이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를 동결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금리 인상을 통해 가길 원하는 물가 패스(경로)"라며 "3월부터는 물가가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대 초반으로 내려가는 패스(경로)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나라와 비교해 금리를 올리기보다 우리가 생각한 물가 경로로 가느냐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1월 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5.2%로 올라갔는데 왜 (기준금리를) 동결하냐고 할 수 있는데 통화정책은 미래를 보고 한다"며 "3월 이후로는 (물가가) 많이 떨어질 것을 보고 있으니 이 정도 수준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는 것이 오히려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좋은 시점에 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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