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9시 서울 동작구 중앙대 입학식이 열리는 건물 앞. 마을버스가 정류장에 설 때마다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들이 교정으로 들어왔다. 마중 나온 선배 재학생들이 소속 과를 찾지 못해 허둥지둥하던 신입생들을 안내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열린 대면 입학식 풍경이다.
실내 마스크 해제 등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 국면을 맞이하면서 대학가 대면 입학식이 부활했다. 신입생뿐 아니라 팬데믹 시기 교류가 끊어졌던 기존 재학생들도 대면 대학 생활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치솟은 물가와 월세를 포함한 생활비에 대한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중앙대 심리학과 신입생으로 입학한 이우주씨(19)는 "MT가 제일 기대된다. 고등학교에서는 친구끼리 1박 2일로 어디 간 적이 없어서 더 궁금하다"고 했다. 미얀마에서 온 표띠리초씨(21)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하며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재학생 대부분도 대면 입학식이 오랜만이거나 처음이었다. 새내기 새로배움터 기획단에 속한 2학년 김민서씨(21)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입학하고 처음 본다"며 "우리가 못누렸던 것을 신입생들이 보답받듯이 다 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대면 입학식이 열린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인문융합자율학부 신입생으로 들어온 최모씨(20)는 "기숙사에 떨어져 방을 구하려 했는데 너무 비싸서 김포에서 통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신입생 박정현씨(21) 역시 "원룸 가격이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인데 방이 너무 작다"며 "대학생 친구 말로는 월세까지 한 달 생활비가 100~120만 원씩 든다고 들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자식을 대학에 입학시킨 학부모들의 표정에도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다. 이날 아들을 중앙대 사회복지학부에 입학시킨 홍성미씨(51)는 "1차로 큰 산을 넘었다는 기분이다"라면서도 "물가가 너무 올라 아들에게 들어갈 돈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경제 관념을 갖고 현명한 소비를 하길 바라며 입학 선물로 지갑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