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투자 멈춘 e커머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23.02.23 05:10
최근 유일한 흑자 새벽배송 기업 오아시스마저 상장에 실패하자 유통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상장 전부터 공모가가 높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e커머스 프리미엄'을 은근히 바랬던 탓이다. 컬리에 이어 오아시스마저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e커머스 성장 가치에 대한 의구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증가율은 9.5%로 오프라인 업체 성장률 8.9%를 소폭 웃돌았다. 2021년 온라인 15.8%, 오프라인 7.4%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 것과 분위기가 다르다. 올해는 고물가, 해외 여행 재개 등으로 국내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e커머스들은 올해 '내실 다지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확장 정책을 멈추고 자사 플랫폼만의 특별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를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쓱닷컴은 대형 PP(피킹앤패킹)센터를 24개까지 늘릴 계획을 12개로 줄이고 중소형PP센터 18개를 통합해 자동화율이 높은 대형PP센터로 이관하고 있다.

11번가와 지마켓은 직매입(슈팅배송, 스마일배송)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대신 빈번하게 구매가 일어나는 품목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직매입은 판매액 그대로 매출에 반영돼 몸집을 키우기엔 좋지만 판매 품목을 확대하려면 대형 풀필먼트 센터에 투자해야 한다. 위메프는 지난해 직매입 당일 배송 서비스인 '원더 배송'을 중단했다.


투자를 줄인다는 말은 성장폭이 줄어든다는 말과 같다. 현재 사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이 성장까지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일부 e커머스 업체들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적자"라며 몸을 사린다. 하지만 기업의 목적은 '감내'가 아니다. e커머스들이 계속 외부 자금을 끌어들여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종국에는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e커머스 시장이 단기간에 레드오션이 된 건 뚜렷한 차별화 전략 없이 서로가 서로의 서비스를 복제하며 '투자=성장'이란 공식만 믿고 달려서다. e커머스들은 적은 비용으로 고객을 잡기 위해 앞다퉈 멤버십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큰 차이를 못 느끼고 있다. 혁신적인 돌파구를 만든 기업만이 '생존'이 아니라 '성장'할 수 있다.
정인지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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