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의대교수協 회장의 통합교육 주장을 환영하며

머니투데이 최혁용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한의사 | 2023.02.22 02:03
최혁용 변호사
한의사와 한의과대학을 활용해 의사인력 공급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 김장한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의대신설과 의대정원 확대 이전에 한의대를 의과대학으로 돌려 그 수만큼 의사를 배출하는 방안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몇 가지 장점도 제시했다.

첫째, 의대신설은 극심한 비용낭비다. 기존 한의대 활용이 더 효과적이다.

둘째, 한의대와 의대를 통합하면 의료계의 갈등해소가 가능해진다.

셋째, 의료인력 양성기간이 짧아진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공공의대를 통해 배출되는 의사가 현장에 투입되는 것은 빨라야 2040년 이후이므로 적어도 1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의대를 활용하면 기간이 훨씬 덜 걸린다.

김장한 회장은 교육수준이 높지 않고 협력병원을 갖추지 못한 곳은 정리하자는 의견도 함께 밝혔다.

필자는 우선 김장한 교수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리고 실은 한의대 활용에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다.

의사, 또는 의협 입장에서 보면 기존 한의사가 매년 700~800명씩 배출되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의대가 추가되거나 정원이 확대되거나 하는 식으로 의사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실은 최악 중의 최악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한의사의 업무영역(scope of practice)이 갈수록 의사와 중첩된다는 데 있다.

2022년 12월22일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아예 기준을 바꿔버렸다. 법이 금지하거나, 통상의 의료행위보다 훨씬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명백히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할 만한 근거가 없다면 다 한의사의 의료행위에 포함한 것이다. 의사, 한의사의 면허범위는 갈수록 겹칠 것이 확실하다.

그러니 의협으로서는 잠재적 위협인 한의사의 성장을 방치하고 여기에 더해 의사를 늘리기보다는 차라리 한의대와 의대를 통합하는 게 낫다.


필자는 의대-한의대 통합이란 보다 실질적인 해법도 제시하고자 한다. 그것은 복수전공, 복수면허제도 도입이다.

김장한 교수는 의대-한의대 통합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교육과 병원의 수준을 기준으로 일부를 없애자고도 했다. 한 명이라도 의사배출을 줄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게다가 의학교육을 책임지는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이란 지위에 있으니 질 높은 교육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할 것인가. 미니 의대나 소규모 한의대 교육의 질이 못마땅할 그 마음에 십분 공감한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서남대 의대 폐교에도 10년은 족히 걸렸다.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걸린 대학의 '정리'라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의대-한의대 통합도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당장 통합을 원치 않는 교수와 학생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군가는 통합교육을 거부할 것이고 누군가는 통합이 의학교육의 질을 낮춘다고 할 것이다.

훨씬 간단한 방법은 복수전공, 복수면허의 길을 여는 것이다.

의대와 한의대에 입학한 학생 중 본인이 원하고 적합한 자격을 갖춘 자에 한해 복수전공의 기회를 주면 된다. 의대와 한의대 졸업장을 동시에 받을 수 있으므로 당연히 의사, 한의사 국가고시에 동시에 응시할 수 있다. 즉 복수면허가 가능해진다. 이 복수면허자가 바로 통합의사다.

기존 의대와 한의대는 그대로 두고, 의사 국가고시와 한의사 국가고시도 그대로 두고, 의사 면허와 한의사 면허를 그대로 두고도 의사증원이 가능해진다. 심지어 이렇게 만들어진 통합의사는 말 그대로 의사와 한의사를 다 할 수 있으므로 1차 의료전문가에 더없이 적합하다.

필자는 김장한 회장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면서 보다 현실적인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혹여 필자의 주장이 김장한 회장에게 반대하는 의견으로 비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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