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재를 알리지 말라"… 바이든의 '007 우크라 방문작전'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23.02.21 11:41

17일 저녁에야 방문 확정… "키이우 아니면 안돼"
철저한 보안… 여행시작 후에야 모스크바에 알려
러-우크라 전쟁 '중대 시점' 도달, 다음 단계 논의

(키이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포옹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8일(현지시간) 저녁 7시 아내와 워싱턴 시내 밤 데이트를 즐긴 82세의 대통령은 정확히 36시간 후 공습 경보 소리를 가르며 키이우 미카엘 대성당에서 걸어나왔다. 미국인들이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기념하는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 2월 셋째 월요일)에 세계는 포화 속 우크라이나를 찾은 최고령 대통령 바이든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19일 우크라로 출발 후에도 '대통령 부재' 비밀에 부쳐


CNN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20일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은 우크라이나 방문의 상징적 중요성을 인식한 소수의 고위 보좌관들에게 의해 수개월간 치밀한 계획을 거쳐 성사됐다. 바이든이 지상에 미군 자산이 없는 전쟁지를 방문하는 중대 위험을 감수한데는 상징성 그 이상의 것이 있다.

바이든은 이날 마린스키 궁전에서 비공개로 열린 대화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전쟁 다음 단계에 대해 상세하고 긴급한 논의에 참여시키려 했고 미국 관리들은 러-우크라 전쟁이 중대한 시점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CNN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바이든이 이날 약속한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키이우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를 만나기 위해 키이우를 깜짝 방문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바이든의 메시지는 우크라이나인을 안심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분쟁의 이해관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훨씬 넘어 확장된다는 것을 자국민에게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바이든은 "이것은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더 크다"며 "유럽의 민주주의의 자유에 관한 것이며 자유와 민주주의 전반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 계획을 비밀에 부치는 것은 007 작전을 방불케했다. 바이든의 순방을 앞둔 몇 주 동안, 바이든과 최고 보좌관들은 반복적으로 우크라이나 방문 가능성을 일축했다. 바이든이 키이우에 깜짝 도착하기 전 한 시간 동안 그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이 기울어졌다.

이처럼 일정을 철저히 함구한데는 보안 외에 여행 자체의 유동성 때문이기도 했다. 백악관 관리들로 구성된 소수 집단은 방문계획이 달성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었으나 미국이 영공을 통제할 수 없는 전쟁지에 대통령을 보내는 것 자체가 위협적이었다. 바이든이 최종 승인을 내린건 17일 저녁 백악관 집무실 회의에서다.



출발하며 모스크바에 방문계획 알려… 폴란드서 10시간 기차行


일단 여행이 시작되자 미국 관리들은 키이우 방문 계획을 모스크바에 알렸다.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동안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을 피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비밀이 철저히 유지돼야 했다. 일단 바이든이 더이상 워싱턴에 없다는 것을 19일 출입기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19일 저녁에 발표된 백악관의 공식 일정에는 여전히 바이든이 오후 7시에 폴란드로 출발하는 것으로 적혀 있었다.

(키이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헌법 광장에 있는 용기의 거리서 얘기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가 안보 수석 대변인은 출발 당일 일요일 아침에 방송된 인터뷰에서도 바이든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가능성은 없다고 부인했다. 존 커비 NSC 대변인은 MSNBC '조너선 케이프하트와의 일요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기 위해 우리의 소집력을 계속 사용할 것이지만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우크라이나에 입국할 계획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간 바이든은 에어포스 C-32를 타고 이미 몇 시간 전에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이륙했다. 선임 고문들과 기자 한 명, 사진작가 한 명도 탑승했으나 출발 전 전자장치가 압수됐다. 폴란드로 비행을 계속하기 전 독일 미군기지에서 연료를 보급하고 다시 폴란드 국경에서 비밀경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 중심부로 약 10시간의 기차 여행을 거쳐 키이우에 도착했다.

(키이우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를 만난 뒤 폴란드 행 열차를 타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바이든은 앞서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배치된 미군과 우크라이나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폴란드 작은 마을 레조우를 방문했다. 11개월 전의 방문 당시 바이든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직접 보기 위해 폴란드에 왔고 솔직히 실망스러운 부분은 다른 곳처럼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당연히 내가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길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번 방문 계획 단계에서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방문을 위한 다양한 옵션을 제시받았으나 수도 키이우만이 방문지로서 의미가 있다고 결정했다고 이 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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