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까지 5년간 두 자릿수 도루를 한 선수가 로저 버나디나(39), 최원준(26), 박찬호(28), 이명기(36) 단 4명에 불과했고 이들이 다 합쳐 8번을 기록했다. 그러나 2년 연속 30도루의 버나디나가 2018년 떠났고 이명기가 2019년 NC로 트레이드, 최원준마저 2021시즌을 마치고 국군체육부대(상무)로 입대해 박찬호밖에 남지 않으면서 2022시즌 팀 도루 꼴찌는 KIA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2022년 KIA는 도루 1위(103개), 성공률 3위(75.7%)로 육상부로 탈바꿈했다. 도루 9위(73개), 성공률 5위(70.2%)의 2021년과 비교해 선수단 구성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호타준족의 외국인' 소크라테스 브리토(31), '제2의 이종범' 김도영(20)이 각각 13도루씩 새롭게 추가했을 뿐이다.
대신 발 빠른 선수는 더 많은 도루, 안 뛰던 선수마저 베이스를 훔치기 시작했다. 2019년 도루왕 출신 박찬호가 3년 만에 41도루로 타이틀을 탈환했다. 지난 2년간 70% 미만의 도루 성공률을 83.7%로 올린 것이 컸다. 한때 한 시즌 30도루도 했던 김선빈(34)도 2014년 부상 이후 자제했던 도루를 시도하면서 9년 만에 두 자릿수 도루(13개)를 달성했다.
호랑이도 달릴 수 있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것이 지난 시즌을 앞두고 KIA에 합류한 조재영(43) 코치다. 2017년부터 1군 작전·주루코치로서 키움 육상부를 만든 1등 공신인 그는 장정석(50) 단장의 러브콜을 받고 KIA에 합류했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진행 중인 KIA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조재영 코치는 "KIA에 처음 왔을 때 키움에 비해 빠른 선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난 도루 개수보다 도루 성공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를 들어 류지혁과 김도영이 똑같이 뛸 수 없다. 선수의 주력, 그때의 상황에 맞게 뛰어야 할 때 뛰게 한다는 의미다. 난 항상 시즌 중 경기가 끝나면 곧장 비디오 분석에 들어간다. 그렇게 분석한 투수들의 습관, 견제 능력 등을 선수들에게 숙지하고 다음 경기에 나가게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2022년 10월 5일 LG전에서 정우영-허도환 배터리로 2루를 훔친 최형우(40)였다. 퀵모션이 느린 정우영을 활용했고, 프로 16시즌 통산 27도루에 불과한 최형우의 도루 가능성을 낮게 볼 상대 배터리의 방심을 이용한 장면이었다. 덕분에 최형우는 2018년 6월 27일 인천 SK전 이후 4년 만에 단독 도루를 기록했다.
첫 해인만큼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겪고 더 역동적일 타이거즈를 기대했다. 마침 올해 6월이면 발 빠른 최원준이 상무에서 복귀해 호랑이 군단은 더 빠르고 강해진다.
조 코치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지난 시즌 우리가 팀 도루 1위, 성공률 3위를 하긴 했지만, 주루사가 굉장히 많았다(주루사 확률 4.59%, 최다 2위)"면서 "그래도 6월이면 우린 최원준에 박찬호, 김도영까지 빠른 선수가 셋이나 있다. 여기에 류지혁, 이창진, 소크라테스 등은 필요할 때 도루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이 함께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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