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골로 털어내자 이번엔 인종차별 공격을 받아야 했다.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이 전 세계 축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손흥민은 2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23분 교체 투입돼 4분 만에 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리그에서 한 달을 훌쩍 넘겨 나온 골 소식에도 손흥민은 경기 후 마음껏 웃을 수 없었다. 경기 후 일부 웨스트햄 팬들이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공격했기 때문이다.
토트넘 구단은 공식 SNS를 통해 이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우리는 손흥민의 편에 설 것"이라며 "SNS 기업들과 정부 당국이 이에 대한 조처를 할 것을 요청한다"고 힘을 보탰다.
이 같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8년 10월에도 공교롭게도 웨스트햄 팬이 손흥민에게 "(불법복제) DVD를 파는가"라는 등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고 이듬해 벌금형 선고를 받은 적이 있다.
이번 논란은 '개고기'와 관련한 공격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다양한 기술의 발전과 K-POP 열풍 등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개고기를 먹는 나라'라고 깎아내리려는 태도는 이견 없는 인종차별적 발언이다.
개고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 박지성(42·은퇴)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뛸 때 팬들은 그를 응원하는 의미로 '개고기송'을 부르곤 했다. '박지성, 박지성, 네가 어디에 있든 너희 나라에서는 개를 먹지. 그래도 임대 주택에서 쥐를 잡아먹는 리버풀보다는 나아'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였다.
물론 비하의 의도는 없었다. 박지성을 응원하는 동시에 라이벌 리버풀을 조롱하기 위한 의미로 불렸다.
그러나 개고기를 먹는 아시아 여러 국가들을 차별하는 뜻이 담겨 있는 것만큼은 분명했고 박지성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10월 맨유 구단 공식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박지성은 "개고기 내용이 담긴 노래는 이제 그만 불러 달라고 부탁한다. 더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노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그 응원가를 들었을 당시에는 매우 자랑스럽게 느꼈다. 팬들이 나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라면서도 "개고기를 먹는다는 가사에 대해선 들었을 당시 불편하기도 했다. 그런 가사가 허용되는 것인지,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그런 부분 역시 내가 적응을 해야 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15년이 흘렀고 세상이 변했다"고 지적했다.
응원가로 사용했던 것마저도 이제는 달갑게 들리지 않을 만큼 많은 게 변화했다. 인종차별에 대한 심각성에 전 세계가 공감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크게 일고 있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 속 자신의 응원팀에 비수를 꽂았다고 해서 인종차별적 공격을 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영국 현지에서도 이러한 팬들의 분위기에 대해 규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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