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명 '실리콘밸리의 해고자'들은 IT기업이 아닌 산업군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해고자들이 재취업 시장에서 활약한 것이 미국 고용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난 배경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지난 17일 연례 행사인 실리콘밸리 컨퍼런스에서도 빅테크 기업의 해고보다 더 많은 규모의 채용이 있을 것이란 발언이 나왔다. 비영리 시장조사기관 '조인트벤처 실리콘밸리'의 최고경영자(CEO) 러셀 핸콕은 "올들어 2월까지 1만1000명의 IT전문가들이 해고됐다고 하지만 이는 실리콘밸리 일자리의 0.2%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실리콘밸리) 일자리는 대부분 의료 서비스나 사회 복지, 은행 및 금융서비스와 같은 인프라 관련 업종에 몰려 있다"며 "이 분야 일자리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작년 하반기에만 실리콘밸리에 2만2000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생겼다는 점에 주목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4년간 애플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다 지난달 해고된 A씨는 최근 농식품 유통체인기업 'H-E-B'로 이직했다. 그는 애플 마케팅팀에서 제품판매용 툴(tool)과 관련된 관리자였는데 "전 직장에서 배운 능력을 써먹기 위해" 이곳으로 회사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생명공학 연구플랫폼 업체 벤칠링의 스테판 데이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들(해고자)의 기술을 전통산업이 이전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해석했다. 은행, 제약, 생명공학, 의료, 방위산업 등이 디지털 혁신을 경험한 '기술 인재'를 데려갈 기회라는 것이다.
일례로 금융회사 웰스파고(Wells Fargo & Co.)는 작년에만 1500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AI기술자를 신규 채용했다. 올해도 채용계획이 있다. 제이슨 스트럴 최고전략책임자(CIO)는 "최고의 인재들은 구직 활동에 나서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을 찾아 채용해야 한다"며 추가 채용 의지를 내비쳤다.
실리콘밸리의 초기 스타트업들도 '유능한 해고직원 풀'에서 직원 찾기에 나섰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2021년까지만 해도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며 "이 동네(스타트업)는 10만명이 넘는 '실리콘밸리의 해고된 인재'들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까 솔직히 설레고 흥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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