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1년' EU 수출은 오히려 늘어…에너지 수입은 무역적자

머니투데이 세종=최민경 기자 | 2023.02.19 10:43

[MT리포트]우크라 전쟁 1년이 남긴 것

편집자주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곧 1년이다. 믿기 어려운 침략 전쟁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세계 경제를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몰아넣었고, 서방국과 중국·러시아의 대립 등 신냉전 체제의 가속을 불렀다. 언제 또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는 공포는 전 세계 군비 경쟁에 불을 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꿔 놓은 국제정세와 전망, 기업들과 한국이 직면한 과제를 짚어본다.

(헤르손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일 (현지시간)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쇼핑몰이 잿더미가 된 모습이 보인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1년 동안 한국의 수출 지형에 변화가 생겼다.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수출은 급감한 대신 아세안·미국·유럽연합(EU) 등의 수출 증가로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했다. 수출은 선방했지만 러·우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난에 에너지 수입액이 최고치를 찍으면서 무역적자가 심각해졌다. 올해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무역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정부의 타개책이 주목된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를 포함한 CIS 지역의 수출액은 112억8000만 달러로 17.7% 급감했다. 이 중 러시아 수출액이 약 63억3000만 달러로 1년 새 36.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수출 줄어도 EU 수출은 늘었다…"대러제재 덕분"



CIS 지역은 러시아 현지 자동차 공장 가동 중단 여파로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14.4% 급감한 29억9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차부품도 33.3% 줄어든 16억2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대러 수출통제에 따라 일반기계 수출도 14.3% 감소한 14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철강 수출 역시 서방 제재와 물류 문제로 생산시설 운영에 차질이 생기며 17.9% 줄어든 8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CIS 지역의 수출 비중이 높지 않았고 중국과 CIS를 제외한 미국, 아세안, EU 등 나머지 국가들의 수출액이 큰 폭으로 늘면서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러·우 전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EU 27개국 수출액은 전년보다 7.1% 증가한 681억3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수출액을 달성했다. EU의 러시아산 금수조치로 에너지·중간재 수급불안이 커지면서 오히려 철강과 석유제품 수출이 늘어났단 설명이다.

유럽 내 공급 부족으로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286.6% 증가한 27억 달러를 기록했다. EU가 러시아산 철강을 수입금지하면서 철강가격이 급등했고 철강 수출액 역시 20.4% 증가한 47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제조업이 정상화되고 기계설비 투자가 늘면서 일반기계 수출도 5.2% 증가한 71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석유화학제품 수출도 6.9% 늘어난 51억1000만 달러다.



정유·방산 수출 늘었지만 에너지 수입 70%↑…14년만에 무역적자 악몽


(그디니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6일(현지시간) 폴란드 그디니아의 해군기지에 도착한 '한국산 명품무기' K-2 전차와 K-9 자주포의 첫 수출 물량이 도열되어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수출 품목 중엔 석유제품이 가장 러·우 전쟁에 따른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65.3% 증가한 630억22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출 기록을 견인했다. 이는 2012년(533억 달러) 이후 10년 만에 최대 수출액이다.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단가는 배럴당 121.1 달러로 약 53% 상승했다. 석유제품 수출 단가에서 원유 도입단가를 뺀 수출 채산성도 배럴당 18.5달러를 기록, 2021년 8.7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러·우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석유수급 차질로 고유가가 지속되고 수출단가가 상승했다"며 "이에 맞춰 정유업계가 팬데믹 이후 가동률을 최대(79.4%)로 끌어올리며 제품 생산과 수출에 주력한 전략이 유효했다"고 분석했다.

방위산업도 러·우 전쟁으로 인해 수출 권역을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유럽까지 확장하며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냈다. 지난해 한국의 방산 수출액은 173억달러로, 2021년 기록한 연간 최대 수출액 72억 달러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 중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와 체결한 수출 계약만 124억달러에 달한다. 폴란드는 K2전차, K9자주포와 천무(다연장로켓), FA-50 전투기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탄약과 후속 군수 지원까지 합치면 총수출계약 규모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상승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한국은 최대 수출 실적을 냈음에도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비용이 급등하면서 역대 최악인 472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3대 에너지원 수입은 전년보다 69.8% 증가한190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수입의 26.1%를 차지하는 액수다.

지난해 국제 유가는 전년 대비 39% 올랐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128% 올랐다. 석탄 가격은 16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알루미늄·구리와 반도체·철강 등 원부자재, 의류·쇠고기 등 소비재 가격도 오르며 수입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알루미늄, 구리, 의류, 농산물 등에서 수입액이 각각 10% 이상 늘었다.



전쟁 장기화로 올해 수출 더 어렵다…수출 다변화, 에너지 안보 강화


정부는 전쟁이 장기화되고 경기가 둔화하면서 올해 수출 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러·우 전쟁 영향을 최소화하고 수출 플러스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통상 10대 과제' 발표를 통해 올해 신규 자유무역협정(FTA)을 10개국 이상과 체결하고 에너지·원자재 공급망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에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이 예상되는 아세안,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과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수출시장 다변화를 촉진한다. 기존 주력품목 뿐만 아니라 원전·방산·해외플랜트 등 유망분야의 수출도 적극 추진한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선 동절기 한파에 대비해 천연가스 재고를 비축하고,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수요절감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다이어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제에너지기구(IEA) 가스시장·공급안보 회의(TFG) 등에 적극 참여하며 가스시장 안정화를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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