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강경한 의사들은 "이 나라 의료를 무너뜨리고 14만 의사협회 회원의 생존을 위협할 초유의 악법들이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오는 26일 10만명 총궐기에 이어 의료계 총파업 가능성까지 나오는 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정부와 의료계가 필수의료 대책과 의대 정원 확대 등을 논의하는 '의료현안협의체'도 중단 위기를 맞았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등 기피 진료 과목에선 의사가 부족해 진료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당분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선 수가 인상과 더불어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 의사 수를 늘린다고해서 이들이 필수 진료과로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의대 정원 확대는 문제 해결의 첫 단추로 평가된다.
의사 수를 늘리려는 시도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은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 의대 정원은 17년째 동결됐다. 의대 정원은 3000명이 조금 넘는다. 국책연구기관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선 의대 정원을 현행 수준으로 동결할 경우 2035년엔 2만7000여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담겼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료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선 의대 정원을 늘려선 안된다는 의사들의 주장이 곧이 곧대로 들리진 않는다.
의사 면허증은 따기 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일단 따기만 하면 의사는 강력한 독점권을 갖게 된다. 의사가 되기까진 어려운 관문을 수업이 통과해야 한다. 먼저 고등학교까지 최상위권의 성적을 거둔 다음 의대를 가야한다. 요샌 의대 선호 현상이 더 높아져 전국 상위권 성적을 거둔 이들이 대부분 의대에 간다는 얘기도 있다. 6년간 의학을 공부하고 의사고시를 합격하고, 인턴· 레지던트 마치는데 모두 10년이 넘게 고생을 한다.
그렇게 갖게된 독점권을 통해 고액 연봉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할 것이다. 그런데 의사수가 늘어나게 되면 경쟁은 당연히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 누릴 수 있는 독점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단 의미다. 이미 기득권을 갖고 있는 이들은 '본전' 생각이 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의사들의 진료권은 독점적으로 돈을 벌라고 준 것이 아니다. 환자들이 제대로된 치료를 받도록 한다는 전제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갖게 된단 의미다. 이런 의무에 부합되는 것이라면 의사들이 의대 증원을 반대할 명분이 없어지는 셈이다.
물론 지금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의사들을 많다. 또 몸이 아플 때는 의사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단순히 직업인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사명감을 이행하는 의사들을 볼때면 존경심도 든다. 단순히 의사들의 맹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납득이 안되는 주장은 거둬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3000명인 의대 정원을 3300명으로 늘린다고해서 의사의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흔히 의사와 대화할 때 '의사 선생님'이라고도 부른다. 의사란 직업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아직 우리에게 의사는 그런 존재다.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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