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게임용 카드 시장만 2조가 넘는 일본

머니투데이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 2023.02.16 02:03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2
아침부터 아이들과 어른들이 삼삼오오 도심 서점 내부에 설치된 작은 책상들 앞에 모이기 시작한다. 이들은 일면식이 있는 조합도 있고 당일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어 보이는데 가볍게 눈인사와 목례만 하고 개인이 준비하거나 매장 측이 대여한 작은 박스를 꺼내며 그들만 아는 대화를 시작으로 카드게임을 시작한다.

지난주 토요일(11일)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 있는 쓰타야 니시고탄다 지점 안의 이색적인 풍경이다.

마치 최근 OTT에서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 '더 글로리'에 자주 나오는 바둑판들을 놓고 결전을 벌이는 '기원'의 모습과 흡사하다.

쓰타야(TSUTAYA)는 일본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이 운영하는 서점이다. 단순히 책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음반, DVD, 책 등을 렌탈해주고 판매도 하는 매장이다. 현재는 단순한 렌탈숍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개념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국적으로 1400여개 지점을 확보했으며 매출은 2000억엔(약 1조9200억원)을 상회한다.

최근 쓰타야 서점이 매장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트레이딩카드(이하 트레카) 매매를 미래사업의 한 축으로 키우기로 정하고 주요 점포에서 카드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설치하고 공식적인 토너먼트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트레카는 주로 수집이나 교환을 목적으로 한 카드로 프로야구선수나 아이돌,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캐릭터 등 다양한 종류가 발행된다. 최근에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 발매되는 카드가 대세다. '포켓몬' '유희왕' '듀엘 마스터스' 3개 트레카가 대표적으로 인기를 끄는데 모두 출시 이후 20년 이상 지났기 때문에 해당 캐릭터를 잘 아는 부모세대가 아이를 데리고 내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일본 완구협회가 2022년 6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카드게임 트레카' 시장규모는 신상품 매출 기준 전년 대비 45.6% 증가한 1782억4900만엔(약 1조7000억원)에 달했고 중고시장까지 감안하면 약 2100억엔(약 2조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이 거대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공간을 활용한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의 귀재 쓰타야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우선 현재 100개인 트레카 취급점을 2025년까지 200개까지 늘리면서 점포 내 카드게임 대전공간 설치도 같이 확대할 계획이다.

이 트레카들이 신상품일 경우 어떤 캐릭터의 카드인지 알 수 없도록 여러 장을 랜덤으로 봉투나 박스로 포장한 형태로 판매한다. 게임의 인기에 따라 인당 10만~20만엔을 카드구입에 쏟아붓는 고객도 있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영상·음악·게임 등 패키지상품 대여나 판매에 비해 트레카는 객단가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아 수익증가에 크게 기여한다. 또한 구입했지만 이미 소지한 경우도 있어 유저는 이러한 불필요한 카드를 재사용점이나 전문점에 중고품으로 매입하도록 하는데 쓰타야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매장에 중고거래 코너를 운영하며 추가 수익을 얻고 있다.

게다가 지점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수십, 수백 석의 카드게임 스페이스를 설치함으로써 점포 근처 회사의 트레카 동호회 멤버들이 게임을 즐기거나 업체가 인정한 공식대회도 개최하는 등 내점하는 유저의 수와 머무는 시간을 늘려 매출을 극대화한다. 니시고탄다 지점 한 곳에서만 매월 80~100개 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러한 기반을 통해 유저와 점원, 또는 유저끼리 연결고리가 생겨 그 점포를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실제로 이 점포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4년 만에 매출을 3배까지 늘렸다고 한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별높! 글높!"을 외치며 수백, 수천 장의 딱지를 모아본 추억과 지난해 국내에서 '포켓몬빵'을 사려고 한동안 난리였던 기억이 교차한다. 종잇조각에 불과해 보이던 '딱지'의 이웃 나라에서 변신은 단순하게 놀랄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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