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도 대법 '압수수색 대면신문' 추진에 "수사기밀 샐 것"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 2023.02.14 17:32
/사진=대한민국 법원

현직 판사가 법원 내부게시판에 대법원이 추진 중인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고를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개정안은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판사가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로 검찰에서도 이 과정에서 수사가 지연되거나 수사 기밀이 샐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내부게시판(코트넷)에 "대법원장님 형사소송규칙 개정을 재고해 주십시오"라는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국양근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사법연수원 41기)다. 국 판사는 검사 출신으로 2012년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로 임관한 뒤 2021년 법관으로 임용됐다.

국 판사는 이 글에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여부를 심리하기 위한 심문을 하게 되면 대상자에 대한 통지 및 일정 조율 등으로 심문기일은 영장 접수일로부터 최소 수일이 경과될 것"이라며 "수사가 당연히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 판사는 또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을 관련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통지하면 수사 대상자가 '심문기일이 지정됐으니 법관에게 최대한 소명해서 영장이 기각되게 해야겠다'고 생각할지, 아니면 '영장이 발부될 수도 있으니 일단 증거를 다 치우고 없애자'고 생각할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체포 단계에서는 수사의 신속성과 밀행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심문 규정을 제정하지 않은 게 입법자의 의도로 보인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나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서 심문을 개시해 관련자들을 심문하고 다른 사건은 심문 없이 영장을 발부하면 그 자체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 판사는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서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의 전자정보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압수수색할 검색어도 적도록 한 데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어떤 범죄자들이 수사기관이 검색할 만한 키워드를 사용해 파일을 생성하고 저장하겠느냐"며 "수사에 대비해 사용하는 은어를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국 판사는 "법관생활을 시작한 얼마 되지 않은 경력이 일천한 법관으로 다른 법관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염려가 된다"면서도 "이번 개정안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부적절한 것으로 보여 결례를 무릅쓰고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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