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3분의1 사회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 2023.02.15 05:5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잠정치가 이달 말 나온다. 통계청은 지연 출생신고 등을 반영해 매년 2월 말 전년도 합계출산율 잠정치를 발표한다. 통계청의 추계가 맞는다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7명이다. 0.7명대 합계출산율이 나오는 건 처음이다. 한국뿐 아니라 어떤 국가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심지어 올해와 내년 합계출산율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1.59명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18년 이후에는 0명대 합계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들은 기록적인 저출산의 영향으로 이 같은 합계출산율 수치에 무뎌지고 있다. 하지만 0.77명의 합계출산율은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는 숫자다.

합계출산율은 미래를 내다보는 거울이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미래에 영향을 주는 핵심동인으로 '스테퍼(STEPPER)'를 제시한다. 스테퍼는 사회(S)와 기술(T), 환경(E), 인구(P), 정치(P), 경제(E), 자원(R)의 앞자리를 딴 단어다. 이 중 인구구조의 변화는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의 표현대로 '정해진 미래'다. '정해진 미래'를 가늠케 하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가 합계출산율이다.

0.77명의 합계출산율을 사전적으로 풀어보면, 1명의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가 0.77명이라는 의미다. 아이는 여성의 힘으로만 낳을 수 없기 때문에 남녀 1쌍, 즉 2명이 0.77명의 아이를 낳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명이 약 0.38명을 낳는 셈이다. 이를 다소 과하게 표현하면 인구가 3분의1로 줄어들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합계출산율이 미래를 내다보는 지표가 됐던 전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의 인구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합계출산율(대체출산율)은 2.1명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83년(2.06명) 대체출산율 이후로 떨어진 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낮아진 합계출산율의 영향으로 결국 2020년 처음으로 인구의 자연감소를 경험했다.


물론 합계출산율이 0.77명을 기록했다고 당장 다음 세대에 인구가 3분의1까지 줄어드는 건 아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2040년까지 5000만명 수준을 유지한다. 하지만 저출산 세대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다시 아이를 낳는 시대가 오면 한국은 축소사회를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될지 모른다.

실제로 통계청이 장래인구추계 부록으로 제시하고 있는 '100년 추계 통계표'를 보면 2070년 3765만명 수준인 인구는 2120년 2095만명까지 줄어든다. 100년 뒤 한국은 '3분의1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이대로 방치하면 존립조차 힘든 국가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이런 재앙적 미래를 예상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정부도 알고, 국민도 아는 미래의 모습이다. 과거 합계출산율 1.3명이 깨졌을 때만 해도 정부는 비교적 민첩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몰린 지금, 우리 모두는 인구 위기에 극도로 무뎌져 있다. 이제는 정말 인구정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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