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가 될 순 없지"…요즘 MZ 다 모였다는 '본디' 직접 해보니

머니투데이 박상곤 기자, 최지은 기자, 정세진 기자 | 2023.02.14 06:00
13일 오전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의 인기차트. 모두 본디 어플리케이션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사진=구글플레이스토어·앱스토어 갈무리

#.직장인 김민석씨(31)는 "요즘 애들은 이러고 논다"는 친구의 말에 어플리케이션(앱) 하나를 다운받았다. 유행을 모르는 '아재'(아저씨)가 되고 싶지 않아서다. 앱을 여니 귀여운 캐릭터가 튀어나왔다. 취향에 따라 캐릭터 생김새와 착장을 고르고 방(스페이스) 인테리어도 꾸밀 수 있었다. 김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앱을 열고 닫는다.

메타버스 기반 소셜 앱 '본디'(Bondee)가 2030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대세가 됐다. 싱가포르 스타트업 메타드림이 출시한 본디는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13일 기준 플레이스토어·앱스토어에서 인기 앱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바타·스페이스 만들고 방명록까지…'싸이월드' 떠올라


13일 오전 10시 취재진이 꾸민 본디 아바타와 공간의 모습./사진=본디 앱 화면 갈무리

본디를 시작하려면 자신의 '아바타'와 '스페이스'부터 만들어야한다. 앱을 설치하면 아바타를 꾸미는 공간으로 연결된다. 얼굴형, 머리스타일, 눈, 코, 입 모양을 고르고 옷과 액세서리를 선택하면 나만의 아바타가 완성된다.

다음은 '스페이스'다. 벽지와 바닥을 고르고 가구를 배치해 나만의 방을 만들 수 있다. 배치한 가구에 따라 아바타가 행동을 보인다. 천둥, 길거리, 환풍기 소리 등 배경음악도 고를 수 있다. 완성된 스페이스 안에 있는 아바타는 2000년대 인기를 끈 싸이월드를 연상시킨다.

본디에서 친구를 추가하려면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해야한다. 인스타그램에 초대 링크를 올리니 15분 만에 지인 9명이 친구 신청을 수락했다. 이렇게 맺을 수 있는 친구는 총 50명으로 제한된다. 원하는 만큼 친구를 맺을 수 있는 기존 SNS와 다른 점이다.

친구를 맺으면 상대방의 아바타와 스페이스를 볼 수 있다.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아바타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 식사, 업무, 용변 등 표현할 수 있는 상태는 다양하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나만의 스페이스에서 '아파트'를 클릭하면 상대방의 공간을 둘러보고 방명록을 남길 수 있다. 방명록을 남기면 포스트잇이 상대 공간에 붙는다.


본디와 다른 메신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캐릭터다. 채팅창 한가운데 나와 상대방의 아바타가 등장한다. 텍스트·이모티콘으로 구성된 다른 메신저와 다르다. '뿅 때리기'를 눌러 상대방 아바타에 뿅망치를 때리고 '그네타기'를 눌러 함께 그네를 탈 수도 있다. 감정도 표현할 수 있다.

이틀전 본디에 가입한 김도연씨(28)는 "'현재 내 상태를 표시해 가벼운 소통을 할 수 있다는게 재밌다"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진이 사라지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친구 수가 제한돼 있지만 다른 사람과 소통을 못 하는건 아니다. '플로팅'을 이용해 나와 친구를 맺지 않은 사람과 소통할 수도 있다.


본디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과 달리 광고가 따로 표시되지 않는다. 최희지씨(27)는 "광고가 없어서 플랫폼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꾸미는 재미·가볍게 소통하기 좋아…오래갈지는 의문


13일 오전 11시 취재진의 본디 홈 화면(좌)과 채팅창(우)의 모습. 채팅장에서 그네타기를 누르면 상대방 아바타와 함께 그네를 탈 수 있다./사진=본디 앱 화면 갈무리

이용자들은 본디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아바타와 스페이스를 꾸미는데 푹 빠진 이용자가 많았다.

요가를 즐겨하는 김서연씨(27)는 본디 스페이스에 요가 매트를 깔았다. 김씨는 "캐릭터 꾸미기에 심취해 아바타 옷을 매일 바꾼다"고 말했다.

김명선씨(27)는 "공부, 업무, 산책 등 상태를 지정할 수 있어 친구의 상태를 계속 보게 된다"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도 스토리를 올릴 수 있지만 누가 언제 어떤 스토리를 올릴지 기대감이 적었는데 본디는 기대감을 안고 접속한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장기간 이용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졌다. 윤모씨(25)는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대체재가 많은 상황에서 굳이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아바타와 스페이스를 꾸밀 수 있다는 차이점 외에 다른 특징을 찾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윤예은씨(27)도 "아이템이 추가되더라도 현재 상태에서 기능적으로 향상될 거 같진 않다"며 "잠깐 인기 있다가 곧 시들해질 듯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예진씨(26)는 "최대 50명까지만 친구를 맺을 수 있다 보니 확장성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원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 교수는 "제페토나 레지스가 불특정 다수나 이벤트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면 본디는 이미 알고 있던 관계를 메타버스형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플랫폼은 진화하기 마련"이라며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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